1978년 덴마크 국민은 원전 반대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정부가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수급을 추진하자 궐기한 것이다. 민간단체와 대학은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해 폴케호이스콜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 발전기를 자력으로 만들었다. 덴마크는 지금도 풍력 발전기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에너지 고갈과 제로 성장 위기에 직면한 인류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협력’이란 사회적 자본이 제로성장 시대의 희망이라는 것. 또한 그것이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따르지 않고 사회적·정치적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점에서도 희망적이다.

[책마을] '범위의 경제'에선 자본논리가 달라진다
《성장 이후의 새로운 자본》은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인류의 위기를 다양성과 협업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대량 생산이 중시되는 규모의 경제에서는 개인의 이익이나 행복보다는 자본이 선택한 기술과 이윤의 축적을 우선시하면서 개인은 부속품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범위의 경제’에서는 효율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다양한 개인들의 협업이 인류에게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성장이 정체되는 위기는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분업’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토론을 통한 ‘협업’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집단의 공통된 견해보다 개인의 다양성과 차별성이 혁신을 이끄는 길잡이 노릇을 하게 된다.

또한 화석연료 기반의 대량 에너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면서도 우리 가까이 있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기초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