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삶을 같이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삶을 같이하는, 즉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의 성원을 ‘식구’라 부르는 것이리라. 내가 매일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변변찮은 밥상이나마 나누고자 하는 것은 공동체 복원에 대한 나름의 염원과 향수를 표현하는 일이다. 험난한 시대의 고개를 넘으려면 함께 가는 수밖에 없다.”

[책마을] 밥상머리에서 읊는 詩 한 수
자신의 삶을 주로 담은 시를 써 온 작가가 시와 에세이를 함께 담은 책 《시가 있는 밥상》을 펴냈다. 위와 같은 ‘밥상 담론’을 통해 자신이 보는 사람과 세상의 모습을 담았다. ‘밥상’이라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역설적으로 ‘무너진 일상’을 복원하자고 말한다. 밥상을 차리면서 그의 무너졌던 일상도 차츰 정상으로 돌아왔고, “사람들이 내 시와 밥상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면 아마 그건 일상의 건재함에 대한 안도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다.

“내가 이렇듯 혼자 먹는 저녁 밥상을 극진히 차리는 까닭도 저녁이 되면 두레 밥상에 둘러앉아 한 식구임을 확인하던, 그런 ‘저녁이 있는 삶’을 아직도 꿈꾸고 있어서다.”

작가의 시와 에세이에 자신이 지나쳐 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진정성을 더한다. 가족사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오면서 실수한 일, 잘못한 일들을 진솔하게 펼쳐 놓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