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저성장 사회로 가는 한국…질적성장 전환기 될까
혁신 이후 도약을 노리는 전기·전자 산업, 기계에서 전자로 이동하는 자동차 산업, 인간 친화적으로 변화하는 정보기술(IT) 산업, 유통산업을 흔드는 융합의 물결, 투자 방식이 바뀌는 부동산 산업, 먹구름이 짙은 증권 산업.

일본의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가 《노무라종합연구소 2014 한국경제 대예측》에서 밝힌 내년도 한국 주요 산업 분야의 전망이다. 노무라연구소는 이 책에서 한국의 현재 상황을 지속성장 사회에서 저성장 성숙사회로 진입하는 ‘변곡점’으로 규정한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를 밑돌 것으로 확실시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저조는 외수 면에서는 세계 경제 침체, 내수 면에서는 2000년대에 걸쳐 계속된 가계부채 확대로 성장 패턴에 한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성장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성숙사회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한국 사회의 과제는 선진화된 산업과 사회기반을 바탕으로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 아차 하는 순간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연구소는 경고한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한국 사회가 당면한 핵심 이슈는 두 가지다.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와 역자산 효과가 첫째요, 수출경쟁력 저하를 주도하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지속과 직접경쟁 관계인 일본의 엔저 현상이 두 번째다. 따라서 급변하는 세계 경제를 읽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내부에서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커다란 물결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한국은 안고 있다고 연구소는 진단한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사면초가’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더뎌서 시장에서의 성장이 정체돼 있고, 원화 강세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저하됐으며, 중국 등 신흥국 기업의 추격에도 대응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주요 산업 부문인 전자·전기, 자동차, IT 부문과 내수의 지표가 되는 부동산, 유통, 금융 분야의 기업들로선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재정이 악화됐던 나라들의 국가 부채 문제가 점차 조정되면서 올해 세계 경제는 점진적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불안 요소도 여전하다. 무제한 재정 투입을 통한 미국의 양적완화가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양적완화 정책의 방향이 향후 미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방향도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움직임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금융완화, 기동적 재정정책, 규제완화 등을 통해 무역수지 개선, 주가 상승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심리로 경기가 부양되는 효과를 이미 거뒀기 때문에 향후 실효성에 대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진단한다. 특히 소비세 증세 등 재정 정책에 따라 회복 국면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