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방황도 수행도 하나의 길 위에서
“스님, 요즘 세상에는 웬만한 절보다 더 넓고 크게 포교를 할 수 있는 큰 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불상 하나씩을 올릴 생각입니다. 그저 문만 열어주십시오.”

“아주 어려운 일인데 끝까지 해낼 심지가 있소?”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이창재 중앙대 영상대학원 교수와 경북 영천 은해사 백흥암 주지 육문 스님의 대화다. 이런 대화가 있은 지 보름 만에 촬영 허가가 떨어졌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올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가장 많은 5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길 위에서’다.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길 위에서》는 영화에는 담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보다 여유 있는 호흡으로 전해준다. 비구니들의 수행공간이라는 특성상 공개되지 않았던 백흥암의 숨은 이야기부터 때론 말간 웃음과 함께, 때론 가슴 먹먹한 울음과 함께 펼쳐지는 스님들의 출가 스토리에 치열한 구도기까지….

구도의 길을 가는 스님에게 “절집이랑 속세가 뭐가 다른가요?” 하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속세에서는 같은 집에서 같은 밥을 먹고 살아도 각자 욕망에 따라 가는 길이 다르지요. 그러나 절집에서는 수행을 하든, 포교를 하든 오로지 견성(見性)이라는 한길 위에 있습니다. 방황조차도 하나의 길 위에 있는 셈이지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