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일 발간된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번 인터뷰는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앞둔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다만 박 대통령은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환상을 좇는 것”이라며 “북한이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내·외부 난관에 봉착해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관련 발언은 이전과 비교해 진전된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방문 당시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를 만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과 ‘온도 차’가 있다.

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진정성’ ‘이벤트성 회담 지양’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자체에 긍정적 언급을 한 것은 지난 2월 취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질의에 “정부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함께 정부 대북 기류의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때맞춰 한국 측 6자회담 수석 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3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눈길을 끈다. 조 본부장은 7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면서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국무부 당국자 및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등을 만나 북한·북핵문제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관련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고,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성이 관건”이라며 “원칙적인 답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지탱해온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도 점차 박한 평가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일본이 지금과는 다른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