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홍어가 음란하다고? 알고보면 순정마초
홍어는 음란하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 물고기다. 암놈을 잡으면 수놈이 붙어 올라오기 때문이다. 정약전은《자산어보》에서 “참홍어는 암컷이 낚싯바늘을 물면 수컷이 달려들어 교미를 하다가 다같이 낚싯줄에 끌려 올라오는 예가 있다”며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색을 밝히다 죽는 셈”이라고 훈계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홍어는 철저한 일부일처주의자다. 죽어가는 암놈을 움켜잡는 수놈의 집착은 ‘음란’보단 ‘순정마초’에 가깝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30여년간 어류를 연구한 저자가 1년 열두 달에 맞춰 매월 가장 맛있는 제철 물고기를 골라 생태, 이름의 유래, 관련 속담, 맛있게 먹는 법 등을 알려주는 책이다.

1월부터 차례로 명태, 아귀, 숭어, 실치와 조기, 멸치, 조피볼락과 넙치, 복어, 뱀장어, 갈치와 전어, 고등어, 홍어, 꽁치와 청어가 실렸다.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와 생생한 사진이 읽는 맛을 더한다.

작은 멸치에도 나이가 있다. 비밀은 이석(耳石)에 숨어 있다. 책에 따르면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는 칼슘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인 이석이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한다.

이 이석을 쪼개 단면을 보면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를 알 수 있다는 것. 멸치가 몇 년 며칠에 태어났는지 일일 성장선도 찾아낼 수 있어 비행기의 블랙박스 같은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른 걸까. 저자는 “고등어 등에 있는 녹청색의 물결무늬는 물결이 어른거리는 자국과 같은 모양”이라며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바다색과 구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