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 'R&D 뚝심' 올해 빛 보나
LG생명과학(사장 정일재·사진)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경영실적은 그리 좋지 못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제약사들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라는 칭송과 함께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하는 회사’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올해 LG생명과학이 확 달라졌다. 지난 2분기 매출 1107억원에 영업이익 59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85억원에 그쳤던 순이익도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R&D에 많은 투자

LG생명과학 'R&D 뚝심' 올해 빛 보나
LG생명과학은 국내 상위 50대 제약사 가운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와 ‘수출 비중’이 모두 1위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승인(2003년)을 받은 항균제 신약 ‘팩티브’를 비롯해 당뇨병치료제 왜소증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을 개발했다. 올 상반기까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19.1%(389억원)로 국내 상위 제약사 평균치(10%)의 두 배에 달한다.

LG생명과학은 자체 개발한 신약을 해외 시장에서 많이 팔았다. 상반기까지 해외수출은 전체 매출의 42.6%로 절반에 육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납품하는 백신 제품이 수출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WHO의 입찰참여 조건인 사전적격심사 자격을 획득했다. 유엔 산하 기구 국제입찰에 B형 간염백신 ‘유포박’ 등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신약 제미글로 판매 늘어

올해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자체 개발 국내 첫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가 수익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1억원 수준에 그쳤던 제미글로 처방액은 최근 월 7억~8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신약 성공의 바로미터’로 제약업계가 판단하는 ‘월 처방액 10억원’을 올해 안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약은 당뇨병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물질을 재료로 만든 데다 하루에 한 알만 먹으면 되는 ‘단일용법’으로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다른 성분과 합친 복합제까지 나온다. 패키지 판매가 가능해지면 제미글로 판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매출의 10%대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지난해 12월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와 체결한 제미글로 기술수출 건도 LG생명과학에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사노피 측이 러시아 중동 등 80개국에서 판매를 담당하고 LG생명과학은 제미글로 원료 또는 완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판매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제미글로 신약 가치를 4000억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

정일재 사장은 취임 후 3년간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LG텔레콤 대표를 지낸 뒤 2011년 초 LG생명과학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언론 인터뷰는 물론 업계 행사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올해 초가 처음이었다.

정 사장은 그동안 LG생명과학을 ‘R&D 중심의 제약사’로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부었다. 지속적인 R&D 투자가 최근의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비전문 분야는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업체에 맡기고 순환기계통과 백신 R&D에 집중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신약 제미글로 수출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