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원들을 꿈꾸게 하는 것이 진짜 혁신
비즈니스 잡지가 꼽은 혁신기업 명단의 윗자리를 차지하는 기업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테크놀로지 기업이고, 창업 20년 이하 신생 기업이며, 한 해 동안 혁신기업 명단에 잠깐 나타났다 혜성처럼 사라진다는 점이다.

월풀은 1911년 설립한 미국 가전제품 회사다. 주로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백색 가전제품을 제조·판매한다. 1990년대 후반 이 회사가 혁신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과 비교하며 시도를 폄훼했다. 통상 기업이 혁신에 접근하는 방법은 창의성을 높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거나, 제출된 아이디어가 특출한 노하우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월풀이 1년에 얼마나 많은 특허를 획득했는지, 매출의 몇 %를 연구개발에 투입했는지 궁금해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월풀의 움직임은 혁신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월풀은 10년 이상 꾸준한 변화를 거쳐 혁신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간 이윤도 0에서 20%로 끌어올렸다.

《이것이 혁신이다》의 저자들은 월풀의 사례를 통해 실제 기업에 필요한 혁신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월풀의 혁신은 조직의 각 분야에 혁신이 뿌리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저자들은 “혁신은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로 내재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내재화된 혁신’의 첫째 요소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혁신이다. 단기성 프로젝트나 구호성 혁신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는 전 직원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혁신이다. 특정한 사람이나 팀 또는 지도자가 아니라 직급과 직능에 상관없이 누구나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꿈꾸고,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규정과 절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위험을 피하고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나름의 규정과 절차를 만들어 왔다. 한때는 이것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오늘날에는 발목을 잡는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규정과 절차를 탈피하고 직원들을 꿈꾸게 하면 혁신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 울창한 숲과 정원, 근사한 카페테라스를 마련할 필요는 없다. 대신 직원들이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조직 구조를 구축하고, 개인의 동기를 자극할 수 있는 경영혁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시스템은 이성과 감성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 이성적 동력 요인을 통해 전략 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바꾸면 감성적 동력 요인은 스스로 빛을 발한다. 직원들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이해하면서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해 회사를 성공의 경지로 이끌 것이라고 저자들은 확신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