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벤처계의 전설 이민화 KAIST교수의 실천 전략…'효율+혁신'이 창조경제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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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이민화 차두원 지음 / 북콘서트 / 392쪽 / 1만5000원
메타기술 등 3대 요소가 '제2 한강 기적' 일으킬 원동력
대기업의 효율·벤처의 혁신, 선순환시키는 공정거래 필요
이민화 차두원 지음 / 북콘서트 / 392쪽 / 1만5000원
메타기술 등 3대 요소가 '제2 한강 기적' 일으킬 원동력
대기업의 효율·벤처의 혁신, 선순환시키는 공정거래 필요
내용도 명칭도 혼란스럽다. 과학기술과 문화,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은 혁신경제와 비슷한 것 같고 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10여년 전에 흘러간 노래 같다.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 말이다. 창조경제라는 용어도 현 정부가 처음 만든 게 아니다. 1990년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창조사회’라는 보고서를 냈고, 2001년 존 호킨스가 제시한 창조경제론은 영화 음악 패션 디자인개발과 같은 문화산업 중심의 영국 국가 발전전략이었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계급의 부상’이라는 책에서 미래 창조도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창조경제》는 ‘벤처계의 전설’로 통하는 이민화 KAIST 교수가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ETEP) 정책기획실장과 함께 이런 혼란을 정리하고 창조경제의 개념과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창조경제에 관한 작금의 설명은 대부분 기존 혁신경제를 재포장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모든 산업에서 창조성이 혁신의 중심이 되도록 경제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 한국식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 혁신을 쉽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 기술을 만드는 기술인 메타기술의 등장으로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쉽게 만들고 반도체나 건축 설계가 쉽고 단순화된다는 게 첫 번째 변화다. 둘째는 레고 조각을 맞추듯 기존의 조각에 새로운 아이디어 조각을 끼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혁신 생태계의 등장, 셋째는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이 뜨는 것과 같은 개방 플랫폼의 등장이다.
저자들은 이런 전제 아래 창조경제에 관한 기존의 논의와 정책적 흐름, 한국식 창조경제의 실체, 경제민주화 등 창조경제의 혁신생태계와 실천전략 등을 폭넓게 살폈다. 특히 창조경제는 이미 문화산업 중심의 지역 발전전략으로 받아들였던 1990년대 도입기와 대기업 및 벤처의 개방과 혁신을 강조했던 2009년까지의 개념확장기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와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룰 국가운영 철학으로 등장했다고 평가한다. 문화산업 위주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창조경제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새로운 진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이클 포터의 ‘혁신경제’를 넘어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내부 혁신을 쉽게 해줄 메타기술의 개발 지원, 외부 혁신 촉진을 위한 다양한 혁신생태계 형성, 개방플랫폼(시장 플랫폼)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3대 동인(動因)’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창조경제의 다리’인 메타기술과 혁신생태계가 신기술 사업화의 난관인 ‘죽음의 계곡’을 쉽게 넘도록 해주고 시장 플랫폼이 ‘다윈의 바다’를 건너는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죽음의 계곡’은 97% 이상의 신기술이 사업화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다는 것이고, ‘다윈의 바다’는 기술 구현에 성공하더라도 사업화 과정에서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또 창조경제에서는 ‘인건비+재료비’라는 산업사회의 경쟁방정식과 달리 혁신비용을 판매수량으로 나눈 창조원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효율과 혁신의 결합이 경쟁력이라는 것. 그러나 단일기업이 분자인 혁신과 분모인 시장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게 창조경제의 패러독스다. 대기업은 혁신에 취약하고 중소·벤처는 시장에 취약하다.
따라서 창조경제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서로 협력해야 하며 창조경제는 분할된 기업들의 초협력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대기업의 효율과 중소 벤처의 혁신을 선순환시키는 공정 거래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혁신과 효율이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라는 얘기다.
삼성과 애플은 수많은 부품기업, 생산기업, 유통기업 및 앱 개발업체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제 이런 개별 기업의 경쟁이 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이전되면서 경제는 초협력 공생경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의미에서 창조경제는 다양한 혁신이 거대한 시장 플랫폼 위에서 꽃피는 ‘초협력경제구조’라고 정의한다. 기존 연구와 논의에 대한 폭넓은 검토와 기업들의 풍부한 사례, 지속가능한 창조경제를 위한 8가지 포인트와 책 말미의 전문가 좌담도 창조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창조경제》는 ‘벤처계의 전설’로 통하는 이민화 KAIST 교수가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ETEP) 정책기획실장과 함께 이런 혼란을 정리하고 창조경제의 개념과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창조경제에 관한 작금의 설명은 대부분 기존 혁신경제를 재포장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모든 산업에서 창조성이 혁신의 중심이 되도록 경제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 한국식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 혁신을 쉽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 기술을 만드는 기술인 메타기술의 등장으로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쉽게 만들고 반도체나 건축 설계가 쉽고 단순화된다는 게 첫 번째 변화다. 둘째는 레고 조각을 맞추듯 기존의 조각에 새로운 아이디어 조각을 끼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혁신 생태계의 등장, 셋째는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이 뜨는 것과 같은 개방 플랫폼의 등장이다.
저자들은 이런 전제 아래 창조경제에 관한 기존의 논의와 정책적 흐름, 한국식 창조경제의 실체, 경제민주화 등 창조경제의 혁신생태계와 실천전략 등을 폭넓게 살폈다. 특히 창조경제는 이미 문화산업 중심의 지역 발전전략으로 받아들였던 1990년대 도입기와 대기업 및 벤처의 개방과 혁신을 강조했던 2009년까지의 개념확장기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와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룰 국가운영 철학으로 등장했다고 평가한다. 문화산업 위주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창조경제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새로운 진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이클 포터의 ‘혁신경제’를 넘어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내부 혁신을 쉽게 해줄 메타기술의 개발 지원, 외부 혁신 촉진을 위한 다양한 혁신생태계 형성, 개방플랫폼(시장 플랫폼)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3대 동인(動因)’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창조경제의 다리’인 메타기술과 혁신생태계가 신기술 사업화의 난관인 ‘죽음의 계곡’을 쉽게 넘도록 해주고 시장 플랫폼이 ‘다윈의 바다’를 건너는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죽음의 계곡’은 97% 이상의 신기술이 사업화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다는 것이고, ‘다윈의 바다’는 기술 구현에 성공하더라도 사업화 과정에서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또 창조경제에서는 ‘인건비+재료비’라는 산업사회의 경쟁방정식과 달리 혁신비용을 판매수량으로 나눈 창조원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효율과 혁신의 결합이 경쟁력이라는 것. 그러나 단일기업이 분자인 혁신과 분모인 시장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게 창조경제의 패러독스다. 대기업은 혁신에 취약하고 중소·벤처는 시장에 취약하다.
따라서 창조경제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서로 협력해야 하며 창조경제는 분할된 기업들의 초협력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대기업의 효율과 중소 벤처의 혁신을 선순환시키는 공정 거래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혁신과 효율이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라는 얘기다.
삼성과 애플은 수많은 부품기업, 생산기업, 유통기업 및 앱 개발업체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제 이런 개별 기업의 경쟁이 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이전되면서 경제는 초협력 공생경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의미에서 창조경제는 다양한 혁신이 거대한 시장 플랫폼 위에서 꽃피는 ‘초협력경제구조’라고 정의한다. 기존 연구와 논의에 대한 폭넓은 검토와 기업들의 풍부한 사례, 지속가능한 창조경제를 위한 8가지 포인트와 책 말미의 전문가 좌담도 창조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