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짐승남'은 투자실패 확률 높다?
2008년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의 한 딜러가 선물 거래로 49억유로의 손실을 발생시킨 금융사고가 일어났다. 제롬 케르비엘이라는 한 30대 트레이더가 승인받지 않고 거래했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에서 “쳇바퀴 속에서 정신을 잃은 햄스터처럼 잠시 현실 감각을 상실하고 지나친 모험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인 아마란스 어드바이저의 트레이더 브라이언 헌트는 2006년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했다가 한 달 만에 66억달러의 손실을 냈고 회사는 파산했다. 1995년 영국 은행 베어링스도 닉 리슨이라는 딜러의 파생금융상품 불법 거래로 13억달러를 날려 233년 역사를 마감했다.

《리스크 판단력》은 유능한 트레이더들의 이런 무모한 판단 뒤에는 생물학적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리스크를 무릅쓰는 과잉 행동에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 저자는 2005년 런던에 있는 금융회사 트레이더 250명의 타액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거래 수익과 손실을 비교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승자 효과’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을 두고 벌인 싸움에서 승리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상승한다. 이 호르몬은 산소 운반량과 근육량을 높여주며 자신감도 불어넣는다. 승리할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그러나 연전연승 하다 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너무 높아져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걸고 천적이 덮칠 수 있는 공간을 겁없이 돌아다니는 것이다. 반대로 패자는 스트레스와 걱정 때문에 상황이 좋아도 투자를 꺼린다. 결국 뇌의 지시에 따라 몸이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몸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리스크 관리는 이른바 ‘스타 트레이더’에 더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트레이딩 현장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중년 이후의 남성이나 여성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다양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