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만나는 빵이 바로 크루아상이다. 모양이 특이하고 식감도 뛰어나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이 빵이 전쟁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6세기 오스만튀르크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했을 때 공습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은 빵을 만들기 위해 이른 새벽에 깨어 있던 제빵사였다. 그는 곧바로 군대에 이 사실을 알렸고 덕분에 오스트리아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공을 인정받은 요리사는 소원을 묻자 이슬람 문화를 상징하는 반달 모양의 빵을 만들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것이 오늘날 크루아상의 원형이다.

초콜릿에 얽힌 이야기는 데카메론을 연상케 한다. 초콜릿의 인기가 높아지던 17세기 후반 한 후작부인이 피부가 검은 아이를 낳았다. 사람들은 그가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후작부인에게 매일 초콜릿 음료를 가져다주던 하인이 잘생긴 흑인이었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미식가의 도서관》은 음식평론가이자 와인 강사인 작가의 통섭적인 지식이 빛나는 책이다. 음식 속에 숨어 있는 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풀어준다.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음식문화가 가진 특징까지 깊이 있는 시선으로 건져 올렸다.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세계로 쌀국수를 퍼뜨린 베트남이나 버려질 뻔한 자투리 치즈로 ‘퐁뒤’라는 명물을 만든 스위스, 메모하는 습관이 낳은 세계적인 셰프들의 고향 프랑스의 음식문화 이야기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다.

최병일 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