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전략을 짜야 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예측경영’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시나리오로 짜고 지역별 경쟁 업체들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말했다. 지역별 경쟁 심화, 소비심리 위축, 급격한 환율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생산능력 확충 없다”

정 회장은 이날 “브라질 공장 준공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이 완성됐다”며 “회사 차원에서 생산능력 확충 계획이 없으며 이제부터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추가 생산 기지를 확보하지 않는 대신 기존 주요 생산 거점에 자동차 부품 공급이 원활하도록 주요 계열사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환율 문제가 새해 중요한 경영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 변동으로 회사가 입는 환차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 9%가 날아간다”고 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올해 매출액이 당초 목표액을 초과해 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원화 강세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 회장은 국가별, 부문별로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해외 시장에 미래 달렸다”

정 회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응해 해외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생산·판매하지 않으면 현대차의 미래가 어둡다”며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에도 불구하고 판매망을 확충하고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중국 시장은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수요 예측과 공급 조절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11월 중국 시장에서 119만8194대를 팔아 중국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3위다.

미국 시장에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 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의 효율성도 높이기로 했다. 미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해외 공장 가동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공장 간에 생산하는 차급을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임·단협과 밤샘 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 전환, 사내 하청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을 앞두고 노사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도 새해 중점 과제로 정했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등 건설 부문에도 ‘품질 경영’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국내 건설 경기 침체에 대비해 주택 사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자제하고 해외 플랜트 사업 위주로 내실 경영에 주력하라”고 말했다.

최진석/전예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