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 보라. 결혼의 아늑함을 누리고 싶어서 괴로워할 것이다. 결혼해 보라. 얼마 가지 않아 깊은 권태가 몰려올 것이다. 당신은 결혼으로 인해 불행해질 것이다.”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르케고르가 한 말이다. 비단 결혼 문제뿐일까. ‘고등학교 때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에게 용기 있게 고백을 해보는 건데’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했더라면 더 많은 돈을 버는 거였는데’ 하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생 동안 후회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 속에서 매일을 보낸다. 후회로 점철된 삶,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금 우리에게 물어야 할 22가지 질문》에서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더 이상 삶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으로 취급당하기 때문에 우리의 인생이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해진다”고 지적한다. 삶의 과정이 곧 자체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므로 과거와 미래가 아닌 ‘영원한 지금’에 서서 자신의 삶을 재창조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시간, 소통, 행복, 노동 등 철학의 22가지 굵직한 키워드를 현대인의 삶과 연결지어 풀어낸 대중철학서다. 건국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1980년대 말 펴낸 《청소년을 위한 철학 에세이》를 시작으로 교양서와 강연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힘써 왔다.

성형천국 대한민국을 지적하는 부분은 뜨끔하다. 저자는 “요새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논현동을 걷다 보면 열 집 건너 한 집씩 성형외과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멋진 외모를 가지고 싶은 욕망에 발이 닳도록 성형외과 상담실을 들락거린다”고 꼬집는다.

이어 ‘아름다움은 기호판단에 의해 성립한다’는 칸트의 말을 빌려 “타인의 기준이나 획일적인 외면적 미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지 말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아름다워지길 원한다면 성형수술보다는 나를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삶의 힘,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성공을 욕망하는 사람들에겐 “비움으로 채우라”고 얘기한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헛된 욕망으로 가득찰 때 마음은 공허하기만 하다”며 “공허한 자리를 자아의 가치와 의미로 채울 때 우리의 삶은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기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