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은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 사는 청년 자말 말라크다. 엄청난 상금이 걸린 퀴즈대회에 참가한 자말은 기적적으로 모든 문제를 맞히고 6억여원의 상금을 받는다. 어렸을 때 헤어진 연인 라티카도 되찾는다. 자말은 미국 회사의 아웃소싱으로 콜센터를 운영하는 인도 회사에서 차를 나르는 심부름꾼이다. 그가 동료 대신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전화를 건 미국 고객은 그와 말이 잘 통하지 않자 “혹시 인도에서 전화받는 거 아니냐”며 화를 낸다. 자말은 “옆 동네 산다”고 둘러대지만 고객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

《숫자로 경영하라2》의 저자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 영화를 예로 들며 “1990년대부터 전 세계에 불기 시작한 아웃소싱 바람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웃소싱은 본사가 생산설비에 큰 자금을 투자할 필요가 없고 운영 인력도 줄일 수 있지만 돈 몇 푼 아끼려다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웃소싱으로 변동원가 비중을 높게 만든 기업은 경기가 살아나 판매량이 늘어나도 상대적으로 이익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수·합병(M&A), 아웃소싱, 해외사업 진출 등 전략적 이슈를 회계 전문 지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경영, 회계 분야의 베스트셀러 《숫자로 경영하라》의 두 번째 책이다. 회계학적 통찰을 경영 전략으로 확장했다.

저자는 “경영은 사람을 다루는 예술이자 숫자를 다루는 과학”이라며 회계지식이 경영 의사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과다한 배당금 지급이 함정이 돼버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전, 미국 시몬스 침대의 몰락을 사례로 든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관련된 사건들을 보여주며 전문적인 회계지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미국 최고 기업으로 각광받던 엔론의 파산, 버락 오바마 정부의 금융 개혁과 시가평가제도의 오용 사례를 보여준다.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세계 금융위기, 엔론의 분식회계, 현대자동차의 현대건설 인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익 증가 등 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사례들이 이해를 돕는다.

한국 기업의 공시 행태 변화도 추적한다. 2000년대 한국 기업의 공시내용 중 긍정적인 뉴스가 55%로 과반수이고, 부정적인 뉴스는 12%에 불과했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부정적인 뉴스 비중이 늘어나 1990년대 말에는 오히려 부정적 뉴스를 공시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저자는 “부정적인 뉴스를 공시해 시장의 기대를 미리 낮춰 실제 업적이 공시됐을 때 시장의 기대에 미달하는 업적이 발표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