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많은 현대인의 과제다.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들이대는 사회에서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의지와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비난을 퍼붓기 십상이다. 하지만 《식욕 버리기 연습》의 저자인 마리아 산체스는 “다이어트 실패는 무절제한 식욕 때문이 아니다”고 말한다. 문제는 각종 다이어트를 늘 ‘육체적 문제’나 ‘먹는 것’과 연결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배고프지 않은데 도대체 왜 먹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심리치료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뭔가 자꾸 먹으려는 충동에 사로잡히는 것은 무절제하거나 전문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며, 음식에 중독돼서도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다이어트에만 성공하면, 날씬해지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가 삶의 갈등을 푸는 열쇠가 되리라 생각한다. 맹목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실패와 자조를 거듭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다이어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할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용기’가 첫 번째다. 그 후엔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야 한다. 내면에서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결국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음식을 계속 먹게 되는 건 마음이 굶주려 있는 ‘심리적 허기’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이어트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음이 굶주렸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핀란드의 한 직업 건강 연구팀에 따르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폭식을 많이 한다. 다이어트 성공의 열쇠는 식욕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존중과 관심, 사랑을 기울이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심리적 허기’를 해결해주면 자연스레 육체적 허기도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다이어트 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어떤 음식의 칼로리가 높은지 낮은지, 어떤 음식이 다이어트에 더 좋은지는 음식 조절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가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감정적 섭식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한 권의 책으로 단순화해서 독자를 현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금보다 30㎏이 더 나갔다. “집요한 식탐과 그로 인한 내면의 갈등은 내 존재를 황폐하게 만들었고, 나는 나 자신을 그저 희생자로만 여겼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통제나 고행 수준의 육체적 절제가 아닌, 존중과 사랑의 방식으로 감량했고, 그것이 감정적 섭식을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정신과 전문의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유은정 박사도 ‘감수의 글’에서 저자와 비슷한 조언을 한다. “먹는 것에 집착하거나 날씬한데도 다이어트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진짜 문제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배고픈 이유는 음식이 아니라 바로 인정과 사랑의 결핍 때문이다.” 책 말미에 유 박사가 제시하는 ‘심리적 허기를 채우는 일곱가지 처방’도 실려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