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국효과' 믿고 돈 찍었던 세계…내년 장기불황 빠질까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의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짙어지면서다. 한국에 미친 충격파가 유난히 크다. 지난 15일 코스피지수가 넉 달 만에 19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환율도 연일 급등세를 타고 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위기의 바람일까. 아니면 길고도 힘든 또 다른 글로벌 불황의 시작일까.

김경원 CJ그룹 경영고문은 “고통이 수반되는 깊고 긴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에서다. 김 고문은 “지난 15년간 평균적인 경기사이클의 주기를 적용하면 불황은 2013년에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로존의 해체나 사실상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면 그 불황은 단순한 경기하강을 넘어서 깊고 긴 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김 고문은 2008년 6월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으로서 국제유가 추이를 정확하게 예측해 이름을 날렸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를 넘나들었는데,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골드만삭드의 전망과 반대로 ‘유가 반토막’ 의견을 내놓았던 것. 유가는 그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김 고문은 요즘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중국원죄론’을 주장한다. 세계 및 한국경제 문제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덕분에 세계적으로 물가가 억제되자 각국은 금리를 내려 돈을 풀었고, 자산버블이 초래됐다. 꺼지게 마련인 자산버블이 붕괴돼 불황이 닥치면 중국의 ‘디플레이터’ 역할을 믿고 새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형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소위 ‘해장술 사이클’이다.

그러나 김 고문은 이제 환경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물가를 잡아주는 ‘중국효과’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이미 소득증대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 원유 등 천연자원의 가격 상승 또한 인플레이션의 귀환에 가세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고령화 추세는 각국의 재정 건정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어디에서나 고통이 따르는 정책실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불황이 닥쳐도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 고문은 불황의 극복은 중국과 인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중국의 내수촉진 정책과 실제로는 중국의 두 배에 이른다는 인도의 내수 시장에 기회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국은 성장과 고용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 친디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과 인도의 서비스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을 제안한다. 관련 인력을 육성해 수출하면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그린바이오(농축산 및 식품), 화이트바이오(재생자원을 이용한 연료와 소재), 문화콘텐츠 등의 신수종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주문한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총량 목표를 정해놓고 관리하는 등 가계부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특히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구입과 관련된 만큼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