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매 상쾌한 출발…런던에 7200억 유입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 낙찰률이 유럽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80%를 웃돌았다.

두 회사가 지난 7~9일과 14~16일 실시한 런던 경매에서 클로드 모네, 헨리 무어,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대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낙찰돼 4억1120만파운드(7270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지난해 2월 판매 실적(3억2300만파운드)보다 22% 늘어난 것이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인상파 및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출품작 501점 중 415점이 팔려 낙찰총액 2억4600파운드(낙찰률 82.8%), 소더비 경매에서는 627점 중 529점이 팔려 낙찰총액 1억6100만파운드(낙찰률 84.3%)를 각각 기록했다.

크리스티 측은 ‘슈퍼리치’들이 대거 참여해 유명 작품의 낙찰가가 예상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슈퍼리치와 유명 기업인들이 긴 안목에서 인상파와 근·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며 매수 주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최고가 작품은 2130만파운드(378억원)에 팔린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1963년작 ‘초상화’다. 여섯 명의 전화 응찰 경합 끝에 새 주인을 찾아간 이 작품은 그림 모델을 통해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경기침체로 약세를 보여왔던 인기 화가들의 작품 낙찰가도 대부분 추정가를 웃돌았다. 조각가 헨리 무어의 1951년작 ‘누워있는 여인-축제’는 추정가 350만~550만파운드보다 5배 높은 1908만파운드(33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후안 미로의 1925년작 ‘그림과 시’도 추정가보다 높은 1680만파운드(297억원)에 팔려 자신의 낙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소장품 경매에 나온 반 고흐의 1889년작 ‘생 레미 성당과 요양원 풍경’은 1012만파운드에 팔려 눈길을 끌었다.

독일 블루칩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며 침체된 현대미술시장에 힘을 보탰다. 리히터의 작품 6점 중 4점이 낙찰가 상위 ‘톱10’에 랭크됐고 낙찰액은 2억165만파운드를 기록했다. 그의 1994년작 ‘추상’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989만파운드에 팔렸다.

국제 경매시장에서 미술품들이 고가에 팔리는 것은 실물 경기 침체로 주식과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한 일부 자금이 미술시장에 흘러들어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화랑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지난해 말 급락한 거장들의 작품값이 최근 오르고 있다”며 “유럽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도 미술 경기는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역시 올 들어 좋은 출발을 보였다. 9일 가나아트 부산점과 서울옥션 부산점에서 열린 인테리어 경매 ‘아트 포 인테리어’에는 회화, 디자인 가구, 목가구, 도자기 등 85점의 출품작 중 64점이 낙찰돼 낙찰률 75%를 기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