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번번이 빗나가지만…연말마다 예측에 '열광' 하는 이유
“이대로 계속 석유를 소비한다면 1980년대 말에는 모든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2002년과 2012년 사이에 소련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21세기 초가 되면 일본과 유럽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다.” “Y2K는 인류 문명을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세계적인 미래학자 등 석학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예상했던 미래의 모습이다. 이런 예측들은 번번이 빗나갔지만 지금도 연말 연초가 되면 각종 미래 예측서들로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왜 틀린 예측을 늘어놓고, 사람들은 틀린 예측에 열광하는 것일까.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의 저자는 인지심리학, 정치학, 행동경제학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현상을 파헤친다. 먼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늘어놓았던 엉터리 예측 사례를 들려준다. 역사에는 일정한 양상이 존재한다고 했던 아널드 토인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류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 폴 에를리히와 노먼 볼로그, 온 세상이 물에 잠겨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상한 종말론자들, Y2K가 인류 문명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 2008년에도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예상한 아서 래퍼 등이다.

저자는 많은 지식을 가진 전문가일수록 명확하고 확신에 찬 대답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분야에 대해 몇가지 사실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들이 동일한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고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많은 지식은 상세함과 복잡성을 낳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자신이 사전에 그런 결과를 예상했었다고 믿는 ‘사후인지편견’이 전문가들로 하여금 언제나 옳은 판단을 내린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다양한 정보 원천을 활용하고,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번번이 틀리는 예측은 슬그머니 잊어버리고 다시 미래를 알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대중의 심리에 대해서도 살핀다. 인간은 불확실성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엉터리 예측이 쉽게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