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안전운행' 할 때부터 기업은 정점찍고 내리막길
회의석상에서 3명이 처음 만나 서로를 소개하면서 악수를 한다면 총 몇 번의 악수를 하게 될까. 3번이다. 5명이 모였다면 10번이 된다. 만일 10명이면 45번이다. 그럼 100명이 모였다면? 무려 4950번의 악수를 해야 한다. 그게 바로 대기업이 변화를 추진할 때 진행 속도가 느린 이유다.

《세스고딘 생존을 이야기하다》는 기업의 생존 문제를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경영참고서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비슷한 성장 패턴을 갖는다. 창업 초기에는 소수의 인원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모든 것을 시도해 보면서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그저 하나의 장애물 정도로 여기면서 자신들만의 성공 노하우를 쌓아간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듭해 탄탄한 기반을 갖춘 대기업이 되고 나면 이내 안락함을 즐기며 현재에 안주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에 몰두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기업은 현재 위치에 안주하면서 선두 기업이 갔던 길을 따라가려고 애쓴다. 이미 누군가가 갔던 길이기 때문에 어디가 위험하며 어디가 안전한지를 뻔히 알기 때문에 이른바 '롤모델'을 찾기에 바쁘다는 것.하지만 그때가 바로 기업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순간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에 대한 지적이 날카롭다. "직원들은 기업을 위해 일하지만 기업의 리더인 CEO는 정작 사람보다 실물자산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자신이 스마트하다고 믿는 리더일수록 자신의 역할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트렌드 이후의 것을 찾으려고 하고,전체 조직원을 그에 맞춰 움직이게 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기업도 시장보다 똑똑할 수는 없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은 현재의 전략이 잘 적용되도록 기업을 조직화하고 구조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

다이렉트 마케팅 전문가답게 마케팅 전략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웨이터가 되돌아올 팁 액수를 생각해서 음식을 서빙하듯이 마케팅을 하라"고 말한다. 훌륭한 웨이터는 어떤 행동을 하지 않고 어떤 서비스를 하면 얼마만큼의 팁이 돌아올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속한 피드백이 없는 마케팅은 당장 그만두라고 조언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