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제품 아닌 꿈을 팔아라"…스토리텔링 大家들이 '게임판'을 바꿨다
[책마을] "제품 아닌 꿈을 팔아라"…스토리텔링 大家들이 '게임판'을 바꿨다
"나는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 조사를 했는가? 천만에.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혁신이다. "

정보기술(IT)의 본고장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명뿐이란 걸 안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다. 잡스는 21세기를 움직인 '혁신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고객이 원하는 걸 고객보다 먼저 알고 있던 '창조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P2 플레이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아이팟부터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든 아이폰,태블릿PC 시장을 연 아이패드까지.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혁신제품과 전략 그 이상의 것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생활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잡스의 이런 성과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비즈니스 씽커스》는 잡스를 비롯 28명의 '게임 체인저'에 관한 스토리다. 게임 체인저는 각자의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게임의 판 자체를 바꾼 사람,나아가 우리네 삶의 모습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CEO,아니타 로딕 전 바디샵 창업주 등이 저자가 꼽은 게임 체인저들이다. 저자는 이들 게임 체인저의 창조적 사고와 '결정적 순간'들을 들여다보며 그들만의 특징을 끄집어낸다. 단편소설을 펼친 듯 편안하면서도 빠른 문체가 흥미를 더한다.

저자는 잡스를 예술가정신을 가진 사업가로 정의한다. 기술보다 디자인을 우위에 두고 '제품이 아닌 꿈을 팔아라''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라''스토리텔링의 대가가 돼라'고 외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정신이 아이폰처럼 그의 손을 거친 기기들에 그대로 표현돼 있다는 설명이다.

잡스가 "리더와 그 추종자를 구분하는 것은 혁신"이라고 했지만 '뛰어난 2인자'가 되고자 했던 사실도 적는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아이팟보다 3년 먼저 나온 한국의 새한정보시스템이 만든 엠피맨F10이었으며,2007년 나온 아이폰 또한 이미 형성된 시장을 파고든 제품이 아니냐는 것이다.

브랜슨 회장에게서는 '일을 즐기는 혁신가'를 본다. 브랜슨 회장은 안 하는 사업보다 하는 사업이 더 많은 괴짜 경영자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기업은 360개를 넘는다. 좋은 생각이다 싶으면 무조건 실행한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라며 홍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시킨 마크 저커버그,검색엔진이란 틀을 깨고 웹과 모바일 기기에서 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는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커피 한잔으로 새로운 도시문화를 창조해낸 하워드 슐츠 등에서 발견한 성공 조건들이 정말 다채롭다.

이들 게임 체인저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었을까. 보통사람은 이들처럼 커다란 혁신가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저자는 "게임 체인저가 되는 특별한 마법의 재료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성공에는 비결이랄 게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비결이라고 하는 것도 너무 뻔한 얘기여서 애초에 비결이라고 할 수 없는 때도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다만 혁신가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변화를 이끌어 가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행운'에 주목한다. 혁신가들을 특징짓는 요소가 많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행운"이라고 얘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