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환율 폭등으로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인천지역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라 업체의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29.80원 급등한 1,195.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8월31일 1,198.10원 이후 1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인천지역 내 2만여개 제조업체 대부분이 석유ㆍ화학ㆍ금속가공ㆍ조립금속 등 수입 원자재를 가공하거나 가공된 원자재를 이용해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환율 위험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 원자재 가격 폭탄을 맞게 된 지역 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서구에 있는 한 폴리염화비페닐(PCB) 제조업체 관계자는 27일 "국내 수입업체가 수입해온 PCB 원판을 재구매해 쓰는데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올라 최근 마진이 40% 가량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수출은 거의 하지 않고 국내 업체만 대상으로 물건을 팔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건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이 없다"며 "생산 비용이 늘어난다고 해서 가격을 올려 팔 수도 없으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산업기계를 임가공하는 인천의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도 "회사 전체 지출 가운데 수입 철판 구입비 비중이 6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면서 "수입 철판 가격이 너무 올라서 어제 경매에서는 아예 거래를 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지난 2009년 10월 지역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환율변동위험 관리 부담'이 경영애로사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인천상의의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거래금액이 소액이라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이 크다.

당분간 수입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결제 통화 다변화, 대금결제일 조정 등을 통한 환위험 관리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eri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