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애도로/무릎이 꿇어지는 밤/신이여 제발 도와주세요. '

캄캄한 밤하늘을 향한 기도가 간절하다. 눈물이 왈칵 솟구칠 것만 같다. 단 세 마디의 단가(短歌).짧지만 강렬하다. 가슴 절절한 슬픔과 애도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승신 시인이 새 시집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를 펴냈다. 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보고 적은 시어들을 모았다. '일본 동북지방의 대재난에 부쳐'란 부제를 넣은 까닭이다.

이씨는 "일본 대지진을 보고 안타까워하다 그 순간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한 줄 시구를 받아 적었다"고 했다. 그 시의 일부가 번역돼 일본 신문에 실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여러 곳에서 시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빗발쳤다. 《삶에 어찌 꽃피는…》에는 그들 시편 중 192수가 실려 있다. 모두 단가다. 단가는 5 · 7 · 5 · 7 · 7의 31음절로 된 일본의 전통시다.

이씨는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의 모습을 떨쳐버릴 수 없다. '자꾸 눈에 밟히네/통째로 사라진 마을 사람들/그리고 부모 찾는 그 아이…' 이어 정성을 다해 그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진다. '아파하지 말아요/삶이라는 상처를/인류가 그대에게 위로받고 있어요. '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단가 시인으로 활동했던 고 손호연 선생(1923~2003)의 딸인 이씨는 "어머니의 진심이 통했듯이 이 진심이 마음 다친 한 분 한 분의 영혼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