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는 재외국민 투표제는 아무래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 같다. 허점이 너무 많아 과연 제도로 성립할지부터가 의문이다. 당장 유권자의 적격 여부를 가리기부터가 어렵다. 장기 거주하는 교민의 경우 외국 국적을 가진 시민권자는 제외하고 영주권을 가진 교포만 투표하게 한다는 것이지만, 새로운 국적 취득을 확인할 수 없는 국가만도 52개국이나 된다는 것이다. 부정투표, 유령투표 같은 해괴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외교민들 중에는 북한 국적자도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총련계 교포가 많은 일본과 조선족 동포들이 사는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유권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투표제를 내년 총선과 대선에 도입한다면 마치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게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알 수 없게 된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계기로 2009년 이 투표제도를 도입했지만 교포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조세 국방 등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해외교포 중에는 불법사범이나 아예 나라가 싫어서 떠난 사람도 적지 않다. 투표제의 취지와 실효성을 살리려면 더욱 엄중하고 세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중국 같은 곳은 투표에 대한 거부감이 큰 탓에 투표소를 설치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고 미국은 교민들이 투표하려면 1박2일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시민권자를 제외한 재외국민은 작년 말 기준 279만여명에 달한다. 이 중 만19세 이상 유권자는 23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선조차 50만표 이하로 당락이 결정되는 마당에 중대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여야는 그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도입하는 데만 열중할 뿐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간 도끼로 제 발등을 찍게 된다. LA 등 일부 지역은 교민들이 벌써 정치파당으로 분열되고 있다니 그것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