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9일 공매도를 3개월간 전격 금지키로 결정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도 공매도 금지 행렬에 가세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타격을 입고 있는 주식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공매도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 주문을 낸 다음,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종목을 싼 값에 되사서 갚고 차익을 챙기는 주식매매기법을 말한다.

이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공포를 몰고 오는 주범일까. 《경제를 읽는 경제학》의 저자 왕양은 공매도의 긍정적 역할에도 주목한다. 그는 공매도자가 없다면 시장은 제대로 된 자산가격을 반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만 예상하고 투자한다면 자산가치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질 것이란 얘기다. 2001년 파산한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장부 조작을 발견해 경고한 이도 공매도자였다며 공매도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이 아닌 한 공매도를 제한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한다. 2008년 미 제너럴모터스(GM)를 인수하려고 GM의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했던 포르쉐와 GM의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무차입 공매도자들과의 기싸움을 예로 들며 공매도자의 가장 큰 위협은 정부 법령이 아니라 배후에서 노리는 매점자란 얘기도 들려준다.

《경제를 읽는 경제학》에는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10여년 전 일본에서 나온 한 경영게임의 주인공 겐로쿠가 어떻게 사업을 일으키고 투자에 성공하는지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전한다. 소설처럼 읽으면서 각종 경제용어를 익히고 경제 흐름을 체득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요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금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리스크를 피하고 가치를 보전할 수 있으나 전문적인 투자 수단으로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이 합리적인 투자수단이 되는 경우는 포트폴리오의 일부 구성요소로 넣거나 경제가 곧 붕괴할 상황에서만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는 또 "금의 수익률은 경제 쇠퇴기나 불황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좋았던 시기가 없다"며 "인플레이션 속도보다 자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능력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