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극은 무엇일까.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다.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극작가였다는 사실은 뜻밖이다. 《군주론》의 대중 버전인 이 연극은 1518년 초연됐다. 지금도 피렌체의 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연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남프랑스의 '작은 로마' 아를은 반 고흐와 고갱의 동거가 이뤄졌던,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의 무대다. 그들은 아를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투우를 즐기고 '밤의 카페'에서 압생트를 마시며 예술을 논했다. 아를 시절이 없었다면 어쩌면 현대미술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난 1000년간 문화 · 예술의 중심지로 꽃을 피웠던 유럽.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이 해마다 이곳을 찾고,배낭 하나 메고 유럽을 밟았던 이들이 그곳을 그리워하는 것은 비단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며 또 베네치아의 곤돌라 위에서 가슴이 뭉클한 것은 그곳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 예술 기행록》은 2005년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기행'의 작가 정석범 씨가 쓴 '이야기가 있는 유럽 소개서'다. 미술사를 공부하며 5년간 유럽에 머물렀던 그가 유럽에 스며든 문화 · 예술에 관한 다채로운 사연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실감나게 들려준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6개국의 도시별 36가지 에피소드를 250여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문학,미술,건축,영화,음악뿐 아니라 요리와 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특히 도시의 문화적 특징을 대변하는 실존 인물 혹은 문학 속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인물을 통해 해당 도시의 문화와 예술을 살펴보도록 구성했다.

괴테,레오나르도 다빈치,고흐,마티스,돈 후안 등 다양한 분야의 주인공들이 시공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여행길에 동행하듯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8~11세기 스페인을 호령하던 무어인에서부터 파리의 카페 한 구석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던 실존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깊이 있고 색다른 유럽의 매력에 빠져든다. 각 장마다 여행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도 들어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