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내는거야." "시행착오와 실패 가능성을 줄여 주는 '사업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게 중요하지."

스물아홉 살의 공무원인 서빛나는 서른 살 남자친구 박병준이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기술 창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하자 과거 아버지의 사업 실패 경험을 떠올리며 반대한다. 자신과 결혼하든지 사업을 벌이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교내 창업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며 자신만의 사업을 꿈꿨던 병준은 여자친구를 설득해 차근차근 꿈을 펼친다. 빛나는 중소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큰오빠 현우에게 조언을 청하고,병준은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해 이상형을 찾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 신청,직원 구성,사업자 등록,사무실 임대,펀딩 등을 차례로 수행한다.

《넌 대리해!난 사장할게!》는 젊은이들을 위한 창업 매뉴얼을 소설 형태로 풀어 낸 책이다. 실제 창업에 나섰던 청년 사업가,이들을 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 관계자 및 공무원,창업대학원 교수들의 인터뷰 내용과 경험담이 고스란히 이야기에 녹아 있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제작에 참여했다.

사업을 시작해 회사의 기초를 다지고 위기를 극복한 후 성공할 때까지 단계별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생생하게 재구성한 게 이 책의 강점이다. 예를 들어 초기 단계에서는 자신의 자본과 노동력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본과 노동력을 활용해 고용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업'이 '장사'와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도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자신이 하려는 사업 전략과 맞물려 가공된 고급 정보인 '인텔리전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친구나 주변 사람들을 벗어나 사업에 필요한 '키맨(keymen)'들로 직원을 꾸리고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요령 등이 이야기 속에 잘 드러난다.

창업 활동을 하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또다른 사업 기회를 보게 되는 '통로의 원리',창업 후 6개월~1년 사이를 가리키는 '죽음의 계곡' 등 창업 이론도 제시했다. 정부의 각종 창업 정책 소개와 특허 기술 거래법,조세 감면 혜택,수출 노하우와 창업 십계명 등 알토란 같은 창업 정보도 따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창업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20~30대와 예비 사업가에게 기본적인 창업 정보와 자세를 환기시켜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