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업경험 없이도 자금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의 장밋빛 유혹.

그러나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프랜차이즈 관련 분쟁조정신청만 279건, 최근 3년간 4배나 급증한 수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대변되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분쟁! 그 실태와 문제점을 'PD수첩'에서 취재했다.


▶ 본사만 배불리는 프랜차이즈 이익 구조

프랜차이즈란 가맹본부가 노하우와 상품을 제공하는 대신 가맹비와 물품비를 거둬들이는 구조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가맹점이 늘면 그만큼 본사의 수입도 늘어나게 되어있는 것. 그렇다 보니 일부 본사에서는 가맹점에 대한 보호와 관리보다 가맹점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BHC, BBQ, BBQ 참숯 바비큐 등 같은 계열사의 프랜차이즈가 한 지역에만 4군데 모여 있는 곳도 있었다. 이 지역의 점주는 "한 그룹의 같은 체인끼리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마진이 남겠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과업계 1위인 파리바게트는 동종 경쟁업체인 뚜레주르의 상권을 견제하기 위해 가맹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자신들의 기존 가맹점 상권까지 위협했다. 9년간 파리바게트의 제과점을 운영했다는 이 모씨는 본사가 인근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두 개의 점포를 더 개점시키면서 매출이 40%나 감소했다고 한다. 게다가 본사가 이 씨의 형편보다 무리한 점포 확장을 요구하면서 그는 폐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소한의 영업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 값비싼 리뉴얼 강요에 계약해지 위협까지

가맹본사가 절대적 강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계약 해지를 빌미로 판촉물을 가맹점에 강제로 배당하거나 리뉴얼을 강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PD수첩'이 입수한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본사는 지역 영업본부장들에게 가맹점들의 리뉴얼 할당량을 제시,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해당 지역본부의 물류수수료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지역본부장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각 영업본부는 본사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가맹점주들에게 리뉴얼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한 '미스터피자'에서는 영업사원이 가맹점주에게 계약서에 리뉴얼에 대한 내용을 자필로 쓰도록 했다고 한다. 만약 이를 쓰지 않으면 재계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거의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리뉴얼의 비용이 고가인데다 3~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테리어 업체도 꼭 본사에서 지정한 곳을 통해야만 한다. 일부 점주들은 그 과정에서 인테리어 가격이 턱없이 부풀려지기도 한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프랜차이즈 계약은 노예계약?

"자기 돈 내놓고 노예생활을 하는 거예요"

"이 정도면 칼만 안 들었지 강도예요"

취재팀이 만난 가맹점주들은 월 2~300만원의 순수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3~5년에 한번씩 1억이 넘는 리뉴얼 비용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월급생활자보다 못한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의 부당한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계약이 종료되면 투자금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부는 한 가맹점과 계약이 파기되어도 또 다른 신규가맹점을 모집해 수익을 내면 될 뿐 별다른 손해가 없다. 반면 전재산을 투자한 영세한 가맹주들은 계약 해지에 벌벌 떨 수밖에 없는 것이다. 'PD수첩'에서는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프랜차이즈의 구조적 모순을 취재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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