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스캘퍼(초단타매매자 · 일명 슈퍼메뚜기)와 증권사만 돈을 벌고 일반 투자자들은 잃는 구조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스캘퍼와 증권사는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십억~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스캘퍼는 수수료와 뇌물을,증권사는 ELW 투자수익을 내는 데 필수인 '속도'를 제공해주는 방식이었다. 2009년 한 해 동안 일반 투자자들은 5000억여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나 '상(商)도의' 논란까지 일고 있다.

[ELW 스캘퍼 기소] 증권사, 스캘퍼에 '초고속망' 내주고 수수료에 뒷돈까지 챙겼다

◆증권사,전산보안 위험에도 전용선 설치

26일 검찰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스캘퍼들에게 제공한 특혜는 △내부 전산망 이용 △전용 증권사 서버 이용 △가원장 체크 △시세정보 우선 제공 등 크게 네 가지다. ELW 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주문속도가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스캘퍼가 매매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LP가 기초자산인 주식가격의 변동 등을 ELW 가격에 반영하기 전에 발빠르게 이미 형성돼 있는 가격으로 매매해야 한다.

스캘퍼들은 이에 따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는 일반 투자자들과는 달리 주식 가격 등락에 맞춰 자동으로 ELW를 거래하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1초당 수십건까지 주문을 발송하기 때문에 해당 주문이 증권사에서 신속히 처리될 필요성이 있었다. 증권사들은 이 프로그램을 회사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해줬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의 전산 보안상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전자금융감독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수천~수만명의 일반 투자자들이 고객과 증권사를 연결하는 서버(BEP 서버) 1대를 통해 거래하는 반면 스캘퍼들은 증권사로부터 특정 서버를 제공받아 독점 사용했다. 증권사들은 또 일반 투자자가 주문할 때는 고객 전체 데이터베이스(DB)에서 고객 정보를 가져와 매매주문마다 일일이 주문의 유효성 체크를 한 반면 스캘퍼들에 대해서는 이들과 관련한 DB를 따로 구축,스캘퍼 정보를 확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또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으로부터 받는 주식 시세정보를 편집하지 않고 바로 스캘퍼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스캘퍼들이 시험 보면서 남들보다 시험지를 미리 받아보고 힌트까지 제공받는 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이와 함께 회사 내부에 전용 거래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지속적으로 스캘퍼 컴퓨터 속도를 측정하면서 장치 업그레이드를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스캘퍼 4명이 시장 14% 거래

스캘퍼와 증권사가 이렇게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 것은 철저한 '주판알 튕기기'의 결과였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스캘퍼 손씨는 다른 3명의 스캘퍼들과 함께 '여백(여의도 백화점)팀'을 결성,2009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77조3362억원 규모의 ELW를 매매했다. 월 평균 거래대금은 4조3000억원으로 전체 ELW 월평균 거래대금(30조원)의 14%에 달했다.

손씨는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1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다른 스캘퍼 3명도 총 200억원을 챙겼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은 스캘퍼들에게 일반 투자자보다 낮은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월 5억원,총 90억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았다. H증권 직원 백모씨는 손씨 등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1억9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당시는 증권사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해 여백팀과 같은 스캘퍼를 유치할 경우 증권사는 시장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 주식워런트증권(ELW)

Equity Linked Warrant.주식과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해진 미래 시점과 가격에 사거나(콜옵션) 팔(풋옵션)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내는 고위험 · 고수익의 주식 파생상품이다. 예컨대 A주식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1년 뒤에 A주식을 현재 가격으로 살 권리를 1000원을 주고 사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