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한인 과학자가 전자현미경 수준의 분해능을 구현하는 광학현미경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미 UC 버클리 기계공학과 노준석 연구원(31)은 메타물질을 활용, 가시광선 영역에서도 수백 나노미터(㎚) 수준의 관찰이 가능한 광학현미경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메타물질은 원자 · 분자 등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입자로 구성된 통상 물질과 달리 금속이나 유전체(전기장 속에서 분극이 돼 전기가 통하지 않게 되는 물질) 등 인공적 요소로 조합된 것으로, '투명 소재' 등을 가능케 하는 첨단 신소재다. 그의 지도교수인 장샹 교수는 메타물질의 세계적 권위자다.

기존 광학현미경은 '회절한계'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회절한계는 빛이 자신의 파장의 절반 이하로 초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물체가 빛 파장의 절반보다 작으면 볼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또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물질을 보려면 빛이 물체에 닿는 순간 발생하는 '소멸파'를 확보해야 한다. 즉 빛이 물체를 통과할 때 물체를 감싸 지나버리면서 소멸파를 영구적으로 확대하는 '하이퍼렌징 효과'를 활용하면 광학현미경의 회절한계를 넘어서는 고해상도 광렌즈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메타물질의 2차원 하이퍼렌징 효과'를 이용해 160나노미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광학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은과 티타늄옥사이드를 차례로 쌓아 특수한 성질의 메타물질을 만들어 이 같은 연구성과를 냈다.

노 연구원은 "405나노미터 가시광선의 회절한계는 200나노미터이기 때문에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지만 본 연구를 통해 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 영역에서 160나노미터까지 관찰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며 "전자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DNA 등 생체성분이나 부도체 등을 광학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