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동 공급면적 105㎡(32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정부 중앙부처 A국장은 2009년 10월 공덕동 '삼성래미안 공덕5차' 아파트 공급면적 151㎡(45평)를 10억9100만원에 분양받았다. 40평형대 아파트에 살아보는 게 소원이라는 아내를 위해 큰마음 먹고 평생 저축한 돈을 아파트 구입에 사용했다.

설렌 마음으로 입주(2011년 2월)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최근 '세금 폭탄' 소식에 깜짝 놀랐다.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취득 · 등록세 50% 감면 혜택이 올해 말로 끝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 세무사에게 자문한 결과 내야 할 취득 · 등록세는 5018만원(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이나 됐다. 감면 혜택이 있었다면 2945만원만 내면 된다.

A씨는 "입주 일자가 조금만 빨랐어도 200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며 "감면 종료 사실을 너무 늦게 발표한 것은 문제"라며 억울해했다.

내년 1~2월 입주 예정인 9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며칠 차이로 취득 · 등록세를 두 배가량 내야 해서다.

한 세무사는 "취득 · 등록세가 슬그머니 인상돼 미리 알지 못한 구입자가 많아 반발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간발의 차로 수천만원 세금 더 내야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9억원을 넘는 주택을 구입하면 연말까지 잔금을 내야 취득 · 등록세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권은 올해 안에 사용승인이나 임시 사용승인을 받아야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사용승인일 전에 분양대금을 선납해도 소용이 없다. 집이 다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득을 인정받을 수 없는 까닭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내 사용승인을 받은 아파트의 분양대금을 연내에 완납해야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파트 시행사가 선납 할인을 통해 분양대금을 9억원 이하로 깎아줬다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초 분양가는 9억1000만원이지만 중도금 · 잔금 납부 예정일에 앞서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계약자들에게 분양가를 9억원 이하로 깎아주는 선납할인 옵션을 적용한 아파트가 있다면,할인 분양가가 취득가격이 되는 만큼 취득 · 등록세 감면 혜택이 가능하다. 정부는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취득 · 등록세 감면 혜택은 1주택자에 한해 2011년 말까지 연장했다.

◆내년 초 입주단지 많아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와 닥터아파트 등에 따르면 내년 1~2월 입주하는 아파트 중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물량은 수도권의 경우 10개 단지,924채에 이른다. 봄 이사 시즌이 시작되는 내년 3월에는 고가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 팀장은 "내년 1분기 수도권 입주 물량 2만2000여채 중 20%인 4400여채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상당수가 분양가 9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D건설 관계자는 "내년부터 입주하는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세금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건설사가 분양가를 조정했을 수 있다"며 "건설사들도 감면 혜택 종료 여부를 몰랐는데 일반인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B세무사는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부동산 거래세 인하 방안을 발표했을 때 '한시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 혼란이 일어났다"며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아파트 거래에 붙은 4.6% 세금은 지나치게 높은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