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귀족 미술 84점 첫 서울 나들이
프랑스 국보인 루이 14 · 15 · 16세의 초상화,로브 아 파니에(바구니형 드레스)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사냥의 여신의 모습으로 묘사된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

프랑스 절대 왕정의 전성기인 루이 14세부터 루이 16세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화려하고 세련된 왕실의 미술 문화가 한국을 찾았다.

내년 3월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프랑스 국립 베르사유 특별전에는 베르사유 박물관 소장품 회화를 비롯해 공예품,프랑스 왕실 문장이 들어 있는 태피스트리,조각,도자 식기 등 84점이 나와 있다. 16~18세기 유럽을 풍미하던 바로크 양식부터 로코코 양식까지 흡수해 독특한 표현력과 왕가의 위엄을 극대화한 작품들이다.

전시장은 '베르사유의 영광-루이 14세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까지'라는 주제로 베르사유궁전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살렸다.

베르사유궁의 주인공들이 사랑했던 화려한 예술 세계를 접할 수 있고,프랑스를 예술의 중심지로 키운 유명 작가들의 걸작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대표적인 출품작은 은은한 희색의 담비털 망토를 두르고 서 있는 루이 14세의 3m 크기 초상화.'초상화의 달인' 이야생트 리고(1659~1743)가 왕의 품위를 섬세하면서도 근엄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절대 권력을 미학적으로 홍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왕홀(지팡이)과 칼,왕관,갑옷,부르봉 왕가의 상징인 백합 문양이 새겨진 옷 등 장식품들도 루이 14세가 당시 최고의 '정치 스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관련 작품도 10여점 걸렸다. 이 중 장 바티스트 앙드레 고티에 다고티(1740~1786)의 1775년 작 '궁정 대례복을 입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룅(1755~1842)의 1785년 작 '로브 아 파니에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프랑스 귀족 사회의 패션 문화를 보여준다.

앙투아네트가 사치 때문에 프랑스 국민의 분노를 샀지만 프랑스의 유행을 수출한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작품 속 앙투아네트의 의상은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대표적인 귀족 패션인 '로브 아 파니에'.가슴까지 유(U)자 모양으로 깊게 팬 이 드레스는 루이 15세의 연인 퐁파두르가 유행시킨 스타일이라고 장 자크 아야공 베르사유궁 대표는 설명했다. 깃털과 보석으로 꾸민 미용 스타일도 다른 유럽 국가들의 유행을 이끌었다.

시몽 르나르 드 생 탕드레(1613~1677)의 1664년 작 '안 도트리슈 모후와 마리 테레즈 도트리슈'는 루이 14세의 어머니인 안 도트리슈 모후와 부인인 마리 테레즈 왕비가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인 마리 테레즈와 루이 14세가 1660년에 결혼함으로써 프랑스와 스페인의 군사적 적대 관계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루이즈 마리 안 드 부르봉'은 1600년대 최고의 궁정화가 피에르 미냐르(1612~1695)가 루이 14세와 몽테스팡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루이즈 마리 안 드 부르봉을 회고하며 그린 인물화다.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소녀가 앉아 있는 붉은색 방석과 초록색 앵무새를 대비시켜 순결함을 돋보이게 했다.

이 밖에 루이 15세의 넷째 딸 아델라이드 공주를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의 모습으로 묘사한 그린 작품,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가운데 '포도 수확'과 관련된 주제를 그린 작품,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사이에 태어난 장녀 루아얄과 왕세자 루이 조제프를 담은 작품,루이 14세를 신화 속의 제우스에 빗대어 그린 초상화에서도 프랑스 절대왕정의 귀족 문화가 느껴진다.

장 자크 아야공 베르사유궁 대표는 "프랑스 역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국민이 프랑스 역사와 유럽 역사의 한 페이지를 더 깊이 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료 어른 1만3000원.(02)325-107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