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트렌드 확산으로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지만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남모를 고민에 빠져 있다. 막걸리 소비가 크게 늘면서 주세(酒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맥주와 소주 판매량은 정작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막걸리 국내 소비량은 2억1000만병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4%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맥주와 소주 소비량은 오히려 1.9%,4.3%씩 줄었다. 재정부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적으로 주세 수입이 전년 대비 2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7000억원가량이 덜 걷힌다. 재정을 걱정하는 정부로선 상당히 큰 금액이다.

막걸리 판매가 소주 맥주 감소분보다 훨씬 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세수가 주는 것은 술마다 붙는 세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행 주류법에 따르면 맥주와 소주는 판매가에 72%의 세율이 붙는 데 비해 막걸리의 세율은 5%에 불과하다. 막걸리 판매가 아무리 늘어봤자 세수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반면 맥주와 소주는 판매량이 조금만 감소해도 세수에는 큰 차질이 생긴다. 전체 주세에서 맥주와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87.6%(2007년 기준)로 절대적이다. 이에 비해 막걸리 세수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주세 수입은 경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증가추이다. 지난해의 경우 주세 수입은 2조8311억원으로 전년(2조3785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예상치인 2조6439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막걸리에 대한 세금이 너무 낮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맥주나 소주업체들 입장이 그렇다. 하지만 정부로선 쉽지가 않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얼마 전 주세를 인상하려던 방안도 반대가 많아 무산된 마당에 막걸리에 대해서만 올릴 경우 친서민 정책방향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올까봐 솔직히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정악화를 막기 위한 갖가지 세수증대 방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통과를 기다리는 재정부는 요즘 이래저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정종태 경제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