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마사지'를 심하게 한 것 같네요. "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내년 집값 전망에 대해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건산연이 내년 집값 상승률을 4%로 예상했는데,경제회복 불투명성 등을 감안해볼 때 이 전망치는 건설업계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건산연의 예측대로라면 내년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집값 급등이 사회문제화됐던 2005년 전국 집값 상승률은 5.9%였다. 이때 서울 집값 상승률은 9.1%.건산연 전망대로 내년 집값이 4% 오른다면 서울은 최소 6~7%정도는 올라줘야 한다. 이는 2005년보다는 낮지만 급등 수준이다.

이뿐 아니라 건산연의 내년 집값 전망은 각각 2.1%와 2.3%를 기록한 2007년과 2008년 전국 집값 상승률의 2배에 가깝다. 최근 5년간 건산연이 내놓은 이듬해 집값 전망 중에서도 가장 높다.

실물경기의 더딘 회복 등으로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요즘 주택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건산연의 이번 전망은 무모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수급불균형,풍부한 유동성,전셋값 상승 등 여러가지 집값 상승요인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금융규제,금리상승 등 하강요인도 만만치 않다.

건산연의 과감한 '베팅'에는 대한건설협회 회원사인 건설업체들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건산연이 대한건설협회 산하 연구기관인 탓이다. 건산연 전망에 대해 한 건설사 임원은 "집값 하락 전망은 부동산 규제를 풀어달라는 의미가 깔려 있고,그 반대면 수요자들을 주택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건산연은 2005년 8 · 31대책 이후 건설사들이 "규제 때문에 주택시장이 무너진다"고 떠들어대자 2006년 집값이 4.7%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결과는 정반대인 13.8% 폭등이었다. 협회 소속 연구소가 제도개선 등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객관적이어야 할 시장전망까지 업계 이해관계에 맞추는 것은 시장불안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업계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주택시장에서는 특히 생각해 볼 문제다.

노경목 건설부동산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