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커피 · 샌드위치 전문점 델리뉴스를 운영하는 김명희 사장(48)은 요즘 몸은 고되지만 생활에 활력을 느끼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김 사장은 평범한 전업 주부였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자 아담한 카페를 갖고 싶다는 젊은 시절의 꿈을 좇아 창업했다.

"체력이 약해 남편과 아이들이 처음에는 크게 반대했어요.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꿈을 찾고 싶었어요. " 김 사장은 "처음에는 가족들이 반대했으나 자신의 의지가 강한 것을 보고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줬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남편이 창업자금 1억원을 내놓았고,아이들은 가사일을 도와주고 있다.

김 사장은 장사 경험이 없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강남지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델리뉴스'를 고른 뒤 닷새 동안 교육을 받고 작년 10월 초 가로수길 인근에 오픈했다. 여성 등 젊은 직장인을 겨냥해 샌드위치도 취급하고 있다. 그는 "6개월이 지나면서 단골이 많이 늘었고 커피 맛을 구별해 낼 정도로 업무도 능숙해 졌다"며 "주부가 창업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가족의 후원"이라고 지적했다.

◆부부 창업 성공확률 높아

20~30대는 톡톡 튀는 아이템이 좋다. 온라인 쇼핑몰,패션 · 액세서리,디자인(네일아트,수공예 공방) 등의 업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민트코코(Mintcoco.co.kr)의 김지섭 사장(27)은 2007년 액세서리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 창업 초 매출이 부진했으나 여자대학 등을 대상으로 광고활동을 펴 많은 단골을 확보했다. 지금은 월 700만~8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장사 경험이 없는 30대 주부라면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아동교육과 연계된 독서지도사나 공부방,놀이방,예 · 체능 학원 등이 적당하다. 배금진 세라하우스 원장(34)은 도예 전공을 살려 창업했다. 2006년 도예공방을 연 뒤 초등학교 · 수련관 · 문화센터 등에서 연간 1000명 이상의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 하는 창업은 성공 확률이 더 높다. 박동식(35) 지현정씨(35) 부부는 휴대폰 매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상담과 영업을,부인은 회계를 맡고 있다.

40대 이상은 체력 소모가 적은 관리직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이 좋다. 음식점,보험설계,부동산,꽃집,컨설팅, 피부관리,실버산업 등을 추천한다. 창업학 박사인 우묵배미 신금순 사장(51)은 전골음식점과 자영업 컨설팅을 함께 하고 있다. 교사 출신인 김효선 사장(63)은 경력을 살려 결혼 컨설팅을 하고 있다. 교사 시절 좋은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제자들의 요청이 많았던 그는 은퇴 후 다양한 인맥을 살려 결혼 컨설턴트로 변신,월 평균 7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가사부담 해결한 뒤 시작해야

전체 기업의 3분의 1을 여성 경영인이 맡을 정도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은 활발해 졌다. 최근 경제난으로 부업을 희망하는 주부들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주부의 경우 육아 등 가사 부담이 많아 창업할 때 남성보다 장애물이 많다. 본인 적성과 환경을 고려해야 하며,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

고학력 여성들이 늘면서 창업 아이템은 의류,음식업 중심에서 온라인쇼핑몰,디자인,서비스,컨설팅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여성만이 가진 강점을 살려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미혼이면 다소 공격적인 아이템을,기혼이면 가정과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권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부업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유행하는 아이템을 뒤쫓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가사문제 해결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마친 뒤 창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창업과정이나 창업 후 어려움이 생기면 한국경제신문이 운영하는 무료 자영업컨설팅(017-272-4824)을 비롯,여성인력개발센터,여성경제인협회,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원 등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