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미니노트북 넷북이 새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PC업계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과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프로세서를 만드는 인텔,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PC 제조사까지 넷북으로 인한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PC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400달러 안팎) 탓에 관련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넷북은 지난해 초 인텔이 개발도상국의 PC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기획한 저가 미니노트북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7년 72만대에 불과했던 미니노트북 시장은 내년에 30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나고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넷북이 기존 중고가 노트북을 대체하며 노트북의 저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 등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미국 · 유럽 소비자들이 값싼 넷북으로 몰리며 올해 전체 PC시장에서 넷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8%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넷북에 공급하는 프로세서는 대당 20~45달러 수준으로 200달러대의 기존 주력 프로세서에 비해 크게 싸다. MS도 넷북용으로 윈도비스타(카피당 50~60달러) 대신 지난해 단종시킨 윈도XP(카피당 20달러)를 공급한다.

PC 제조사들도 저렴한 넷북을 앞세워 경쟁을 벌이다 수익률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월로 끝난 올해 1분기 휴렛팩커드(HP)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감소한 21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PC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했다. 실적발표를 앞둔 델의 성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까지 넷북 경쟁에 가세,노트북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넷북에 대한 전략은 신중하다. 넷북이 불황기 효자상품이지만 기존 노트북 액정시장을 잠식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넷북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부정적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기존 노트북용 액정이나 넷북용 액정의 단가 차이가 크지 않아 PC 제조사에 비하면 수익성 압박이 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