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금융수출 성공스토리'가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리안리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작년 말 기준 15% 수준.이는 은행의 해외 매출 비중 3%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코리안리는 전 세계 재보험시장 1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시아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로 꼽히는 이유다.

코리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오래 전부터 전략적으로 해외 진출을 실행한 덕분이다.

1998년까지 코리안리의 해외 매출 비중은 3%에 불과했다.

당시 재보험시장은 전면 개방돼 코리안리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졌다.

재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진입해 경쟁도 치열해졌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당시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뚫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다만 무턱대고 해외에 나간 게 아니라 진출 지역을 전략적으로 분석해 선별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당연히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보다는 아시아 시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 시장은 스위스리 뮌헨리와 같은 세계 유수 재보험사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을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편이었다.

박 사장은 "자본력과 금융 노하우,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글로벌 강자들과 유럽 미국시장에서 전면 승부를 해 봐야 '바위에 계란 던지기'이며 상처(손실)만 입을 뿐"이라고 말했다.

코리안리는 중소형 우량 계약을 중심으로 손해율이 안정된 아시아시장을 집중 공략,전체 해외 매출의 76%를 아시아에서 올린다.

이제는 중동 동유럽 중남미 등 신흥 니치마켓을 파고드는 중이다.

과거 아시아 재보험 시장의 맹주였던 일본의 토아리(동아재보험)를 누르고 1위에 등극했다.

토아리가 코리안리를 벤치마킹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체력과 분수에 맞는 진출 전략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처럼 아시아권에서 명성을 쌓자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작년 초 코리안리의 신용등급을 'A-'로 상향 조정했다.

박 사장은 "선진시장에서 영업하려면 S&P의 신용등급(A)이 필수적인데 이젠 글로벌 재보험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코리안리는 2010년 해외 매출 비중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금융은 제조업과 달리 리스크 관리 능력을 쌓으면서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며 "은행들이 너도나도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데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아시아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또 해외 진출이 결실을 맺기까지 상당한 세월이 필요한 만큼 최고경영자들은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사장은 해외 점포장들도 인사 보상 차원에서 보내는 관행을 버리고 영업맨을 해외로 파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금융사의 해외 점포는 대부분 비서실 인사팀 출신들이 차지했으며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정부기관 등의 고위 공직자를 위한 '의전'이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