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를 몇 년째 써 온 은행원 허모씨(30)는 최근 카드사로부터 대금이 연체됐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알아 보니 최근 LG카드가 신한카드와 통합된 뒤 신한은행 모 지점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카드 결제 계좌를 신한은행 계좌로 바꿔 놓았던 것이었다.

또 다른 LG카드 고객 고모씨(27)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신한은행 직원이 결제 계좌를 신한은행 계좌로 무단 변경하는 바람에 신용 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신한은행이 10월 통합 신한카드 출범 이후 옛 LG카드 회원들의 결제 계좌를 유치하기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하면서 고객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LG카드 인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결제 계좌를 유치하도록 전 직원을 몰아붙이면서 부작용이 빚어진 것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4월 LG카드가 신한지주에 편입된 뒤 '결제계좌 유치 캠페인'을 벌여 9월 말까지 60만 계좌를 새로 유치했다.

3월 말 현재 옛 LG카드 회원 중 신한은행에 결제 계좌를 갖고 있던 회원은 90만 계좌(10%)에 그쳤다.

김종철 신한은행 시너지영업추진본부장은 "8조원을 들여 LG카드를 인수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키우기 위해 결제계좌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 계좌는 고객이 주거래 계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저원가성 자금과 주거래 고객 확보 측면에서 은행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10월 들어 연내 100만 계좌 유치 캠페인에 들어가면서 은행원이 고객의 동의 없이 결제 계좌를 무단 변경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결제 계좌는 대부분 급여 이체나 각종 생활비 자동이체 계좌인 경우가 많아 변경이 매우 어렵다"며 "신한은행이 종합 업적 평가에서 결제계좌 변경에 높은 점수를 배정해 직원을 몰아붙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고객 민원이 늘자 신한은행은 최근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통지된 업무 기준을 벗어난 업무 추진이 우려된다"며 "불필요한 민원을 유발할 경우 고객불만 사전 예보 제도에 의거,가중 평가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민원을 접수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김종철 본부장은 "결제계좌 유치 과정에서 민원이 한두 건 발생할 수 있지만 연중 캠페인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