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죠.반도체만 좋지 않을 뿐 나머지 사업부문은 좋지 않습니까."

최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위기설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지난 2분기 반도체총괄의 실적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추락하면서 촉발된 위기설이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위기설'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반도체총괄과 정보통신총괄을 중심으로 한 인력감축과 조직재편이 진행되면서 '삼성전자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4년 15조원이란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내며 반도체와 휴대폰을 양대 축으로 무한성장을 거듭해온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고(高)성장하는 매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조50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엔 1조1800억원,2분기엔 9100억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5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 같은 성적표만 보면 위기설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세를 가늠하는 매출을 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외 연결기준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게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은 국내 기업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연간 매출 1000억달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0개 기업만이 달성했으며,IT(정보기술)기업으로는 독일 지멘스가 유일했다.

삼성전자는 초호황기였던 2004년에도 해외 연결기준 매출은 689억달러에 그쳤다.

또 2005년에는 764억달러,2006년에는 879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도 "반도체가 업황 탓으로 실적이 부진할 뿐 휴대폰,LCD패널,디지털미디어(TV) 등 나머지 사업부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회사 전체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매출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이익규모도 글로벌 '톱클래스'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04년 94억달러,2005년 75억달러에 이어 지난해 84억달러였다.

지난해 세계 IT기업 중 삼성전자보다 많은 이익을 낸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119억달러)와 IBM(95억달러)뿐이다.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인 노키아는 54억달러,휴렛팩커드(HP)는 62억달러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나 HP 등이 소프트웨어와 프린터 한 가지 제품에 집중하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이익규모는 종합전자업체 가운데 최고"라며 "위기설과 달리 삼성전자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두터워진 주력사업군(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은 건재한 것일까.

주우식 부사장은 "위기설이 확산되는 것과 달리 전체적인 '펀더멘털'은 더욱 견조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문 중 반도체를 제외한 휴대폰,LCD패널,디지털TV 등은 지난해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뒤집으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일변도에서 탈피,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휴대폰은 지난 2분기에 세계시장 점유율 14.5%를 올리며,미국 모토로라(13.8%)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여전히 노키아(점유율 39.1%)와의 격차는 크지만 모토로라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TV도 올 1분기 일본 소니와 샤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는 소니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5% 이상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LCD패널도 경쟁사들보다 1년가량 앞선 차세대 투자를 통해 매출과 출하량 등 전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신(新)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프린터 사업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프린터 시장규모는 연간 130조원 수준으로 휴대폰(연간 110조원),메모리반도체(연간 40조원)보다 크다.

삼성전자는 2002년 뒤늦게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단기간에 흑백 레이저 프린터·복합기,컬러 레이저 프린터·복합기 등 4개 부문에서 HP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수익모델이 지난해 이후 균형있게 자리잡아가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사업구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전환기"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