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 제 작품값이 75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요.

올 연말까지 작품 수출을 통해 최소한 7억~8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 같아요.

잘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긴 하지만,그냥 열심히 작업에 몰두할 따름입니다."

'바람 부는 날'이라는 주제로 오는 21일부터 7월12일까지 서울 삼성동 포스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이환권씨(34)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조각 작품에 응용한 덕분인지 홍콩 등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미술시장의 투자 열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30대 조각가 이환권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학현'과 '옆집 아이들'을 출품해 각각 7500만원에 낙찰받아 일약 인기작가군에 올랐다.

국내 30대 조각가의 작품 두 점이 1억5000만원대의 고가에 팔리기는 처음이다.

"제 작품은 형태의 왜곡에서 시작합니다.

착시와 어지러움의 현상을 시공간의 속도와 연관시켰어요.

속도가 빨라지면 공간이 넓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조각에 적용한 것이지요. 다시 말해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이미지(질량)가 확대된다는 점에 착안했어요."

그는 또 "인생을 짧은 순간들의 덩어리로 파악했다"며 "작품에서 주는 강한 시각적 충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 컬렉터들이 이씨의 작품을 많이 찾다보니 수출 실적도 상당하다.

지난 한 해 동안 그는 2억4000만원을 벌어들였고,올 들어서도 미국 소버린 자산운용회사의 홍콩 아트파운데이션을 비롯해 대만 아트센터,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애드윈갤러리 등으로부터 5억원 규모의 작품을 주문받아 놓은 상태다.

그는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에서 주목 받은 이후 "작품 가격이 2~3배 정도 올랐고 배고픈 것도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붙잡고 작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고도(대표 이순엽)의 전속작가인 이씨는 오는 10월 독일 뒤셀도르프 안더스 갤러리에서 해외 첫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