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0만명의 중소도시 전주에서 고사동의 객사길상권은 패션의 일번지로 통한다.

남성복,스포츠 의류,여성복 등 유명 브랜드 옷가게와 보세의류점,쇼핑몰 등을 이 곳에 다 몰려있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10~20대 젊은이들은 으레 쇼핑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든다.

객사길 상권은 패션이 주류지만 영화의 거리,청소년 거리,역사 거리 등 다양한 테마로 구역이 나뉜다.

잘 정리된 보도와 가로등은 서울 명동의 중앙로와 비슷한 분위기다.


객사가 있는 역사 거리에는 주로 남성복·스포츠의류 브랜드들이,청소년 거리에는 영캐주얼·여성복,영화의 거리에는 CGV·메가박스 등의 극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극장들이 몰려 있는 영화의 거리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4일간 제8회 전주 국제영화제(JIFF)가 열려 이 지역 상인들이 잠깐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객사길에 2억원을 들여 설치한 루미나리에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다.

주변 점포들은 루미나리에 덕택에 한달 매출이 10~30%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숙 '전주미치코런던' 사장은 "루미나리에 설치 후 매출이 10%정도 늘었다"며 "이곳은 걷고싶은 거리로 지정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객단가(1인당 지출액)는 20만~30만원으로 한달 평균 매출은 5000만원을 조금 못미친다.

점포 시세는 1층 20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월세 150만~200만원 수준이다.

여기서도 핵심 입지로 꼽히는 '엔떼피아'쇼핑몰 부근 청소년 거리는 보증금 2억원,월세 300만~400만원까지 올라간다.

주말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 엔떼피아쇼핑몰과 '신포우리만두'가 있는 골목이다.

이 쪽에 위치한 뚜레주르의 임성민 사장은 "20대가 가장 많고 낱개의 빵보다는 주로 케이크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그는 "길거리에 항상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만 주로 오후 5~8시에 몰리고 밤 10시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다"고 덧붙였다.

이는 20대 젊은이들이 객사길 상권에서 쇼핑을 한 뒤 저녁에는 유흥업소가 몰려있는 전북대 앞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 상권에서 옷가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이에따라 음식점이나 주점은 부족한 편이다.

150평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포우리만두는 이 곳의 대표적인 먹거리 장소가 됐다.

신재균 매니저는 "장소가 넓어 주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많이 오며 학생들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음식점의 객단가는 4000원으로 하루 평균 25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린다.

아직까지 '객사길=패션명소'가 변하지 않는 불문률이지만 전주 서부지역인 서신동 인근에 롯데백화점이 생긴 후 손님이 줄어 걱정하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

거기다 객사길에서 가까운 코어백화점에 롯데영플라자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브랜드인 '레드페이스' 권택주 사장은 "주말 매출이 주중보다 2배 높고 한달 평균 8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면서 "롯데백화점이 생긴 이후 매출이 30% 이상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성복 브랜드인 'TNGT' 의류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원현옥 TNGT 사장은 "김제 정읍 등 전주 외곽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많았는데 롯데백화점 때문에 많이 줄었다"며 "한달 평균 매출이 7000만원 정도지만 익산,군산 등 인근 도시 대리점보다 매출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에 들어가있는 브랜드와 겹치는 의류 대리점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리바이스 의류점은 한달 매출이 5000만원 정도지만 시기별로 매출 기복이 매우 심하다.

백화점 5% 할인카드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백화점 세일기간이 되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게 리바이스 의류점 매니저의 말이다.

골프복 도매상 '파라스코'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을 내고 있지만 손님이 하루 10명 안팎에 그칠 때가 많다고 한다.

파라스코 관계자는 "국내 유명 브랜드 상품을 3만~4만원에 팔고 있으나 장사가 안돼 그만 둘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류 한벌에 7만~8만원인 의류점 '코카롤리'의 임홍준씨는 "성수기때는 한달 평균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지난해에 비해 30% 매출이 줄었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3만원 이하 중저가 제품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액세서리 매장인 'OST'의 하루 평균 매출은 150만원 정도로 서울 신촌 매장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OST 관계자는 "주로 대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1만~2만원인 객단가도 조금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