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양상"

청와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간 2일 오전 시내 하얏트 호텔의 협상장 상황을 분 단위로 점검하는 등 긴장감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협상장 분위기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아직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등 대외적인 입장표명에 극도의 신중함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마디가 언론의 과도한 해석 등으로 인해 자칫 막바지 협상에 원치않는 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전날 밤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에 대해 구두 보고를 받은 뒤 별다른 추가 지침은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대통령이 지침을 내릴 단계는 지난 것 같다"고 말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음을 암시했다.

양국은 밤샘 협상을 통해 이날 오전 대부분 쟁점을 정리하고 문구정리도 거의 끝난 가운데 협상대표인 김현종(金鉉宗)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양국 이익에 직결되는 핵심 현안을 놓고 막판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일단 이날 오후 9시45분으로 잡혀있는 대국민 담화를 예정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와 결렬될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에 기반한 담화문을 모두 준비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협상 종료가 코앞에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도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섣부른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현 상황은 `한가지만 틀어져도 모든 것이 안되는 것'이라는 외교협상의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현재 상황이 국제정치학 이론에 나와있는 게임이론 중 두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서로 마주보고 달리다 목숨이 아까워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치킨 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는 말들도 간간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국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며 차의 운전대를 먼저 꺾어서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재인(文在寅) 비서실장 주재로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대치국면의 협상상황을 점검했고, 며칠째 철야중인 정책 및 홍보라인 등 관련 부서도 협상장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 노 대통령이 총리 권한대행인 권오규(權五奎) 경제부총리와의 주례 오찬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찬을 계기로 노 대통령이 최종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