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금융세이프가드 세부 조율중

14개월간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조만간 중저강도 수준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밤샘 협상을 통해 2일 새벽 대부분 쟁점을 정리하고 협상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최종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최종 조율 작업을 진행중이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쇠고기 검역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상호 신뢰에 입각,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쇠고기 시장 재개방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등급을 확정하더라도 한국이 수입재개 절차를 일부러 늦출 것이라는 미국의 의구심을 노 대통령이 직접 해소하는 것이다.

협상단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국은 쇠고기 검역 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뜻을 이해한 상태이며 40%인 쇠고기 관세 양허(개방) 등이 막판까지 쟁점이었다"고 밝혔다.

돼지고기, 닭고기, 오렌지 등 주요 민감품목의 관세 양허안(개방안)도 상당 부분 우리측 의지가 관철돼 즉시 철폐는 없고 주로 5-10년 중장기에 걸쳐 관세를 없애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혔다.

대신 미국도 우리측이 공세를 펴고있는 섬유에 대한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는 우리측이 승용차의 경우 관세 즉시 철폐를, 픽업트럭은 5년 내 철폐를 요구해 이중 3천㏄이하는 즉시 철폐 요구를 관철했으며,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 등 미국의 일부 요구를 수용했다.

방송 분야에서는 현재 49%로 설정된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PP)의 외국인 지분제한은 유지하되 국내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은 허용하고 외국 프로그램 편성쿼터는 현행 법률에 허용된 상한선까지만 확대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양국 협상 대표는 이들 쟁점과 함께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 대상인 간접수용의 범위, 무역구제 등 핵심쟁점의 절충안을 갖고 세부 사항에 대한 이익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양국이 타결에 이르기 위해서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으며 시한이 임박한 만큼 일정 부분 양보하고 타협하는 중저강도 타결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높은 수준의 협정을 고집해온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이를 수용할 지가 타결 여부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당초 제시된 미국 행정부의 미 의회 체결의사 통보시한이 2일 오전 6시인 만큼 곧 타결 여부가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의회의 양해만 있으면 통보시한 등을 추가로 늦출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앞서 1일 오후 9시 30분에 청와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1시간가량 열고 최종 협상 전략을 협의한 뒤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을 협상단에 지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김종수.신호경 기자 jsking@yna.co.krshk999@yna.co.kr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