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마지막날인 1일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에선 하루종일 긴장감에 휩싸인 채 양국 협상단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됐다.

○…청와대는 협상이 늦어지자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해 2일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정책 홍보 국정상황실 등을 총가동하며 상황을 시시각각 점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 대표단에 전권을 위임했지만 관저에 머물면서 참모들로부터 협상 진행상황을 수시로 보고받는 등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는 등 입단속에 나섰다.

특히 1일 밤 늦게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대해서도 개최 사실 여부까지 언론에 확인해 주지 않았다.

○…서울 하얏트호텔은 협상에 반대하는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의 호텔 진입시도가 잇따르면서 이미 지난달 27일부터 보안 검색대가 설치되는 등 경비가 강화된 상태다.

게다가 1일에는 한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방한 행사까지 겹쳐 주변의 경찰력이 늘어나는 등 경비가 더욱 강화됐다.

협상 막판에 들어서면서 취재진 역시 크게 늘어난 데다 일요일을 맞아 결혼식과 가족행사 등이 겹치면서 하얏트호텔은 주말 내내 혼잡스러웠다.

○…미국 측 농업분야 고위급 협상을 맡았던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협상관이 1일 오후 5시30분께 한국을 떠났다.

연장된 협상 시한을 불과 6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이를 두고 협상장에선 농업분야 협상이 이미 끝났으며 이로 인해 협상 타결이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협상단 관계자는 "크라우더 협상관은 당초 며칠 전 한국을 떠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서울 하얏트호텔 협상장을 방문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 정부의 훈령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한국 협상단과 기자들을 긴장시켰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밤에도 협상장을 방문해 두 시간가량 머물렀다.

그가 돌아간 뒤 "미 백악관은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한·미 FTA 타결 이후의 국회 비준과 관련한 대비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2일 당 소속 FTA 특위위원들이 조찬 간담회를 갖는 데 이어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도 2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에 대한 당 입장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FTA에 반대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협상 타결시 국회 비준 저지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협상이 초긴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양측 협상단은 그야말로 밥조차 먹기 힘든 어려운 협상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농업 협상을 이끌고 있는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과 배종하 국제농업국장은 1일 오후 7시40분께 "식사하러 간다"며 협상장 밖으로 나왔다.

배 국장은 "아침도 점심도 먹지 않고 회의를 해서 저녁 먹으러 나왔다"며 질문 공세를 편 취재진에 양해를 구했다.

식사를 못 하기는 미국 측도 마찬가지.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밤 9시께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호텔 1층의 뷔페식당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등 과천의 경제부처들은 주말에 협상 현황을 긴밀히 체크하는 한편 타결 이후의 상황에 대비한 보완대책 등을 준비했다.

각 부처는 대부분의 관련 공무원들이 출근했다.

정부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 2일 새벽 협상장에서 타결 사실을 간략히 발표한 뒤 2일 오전 정부청사에서 타결 세부 내용을 브리핑하기로 했다.

홍영식/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