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동은 신시가지로 조성된 곳이다.

그런 만큼 10층 안팎의 새 건물들이 즐비하다.

널찍한 도로마저 끼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A급 상권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실속 없는 점포들이 많다.

특히 향촌 현대아파트 단지 정문 맞은 편에 형성된 대규모 먹자타운 가게들은 손님이 줄어들어 썰렁한 분위기다.

먹자타운뿐만 아니다.

둔산동 상권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은하수네거리)과 이마트(방죽네거리) 사이 상가 건물들도 빈 점포나 사무실이 많아 임차인을 찾는 '임대문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있다.

둔산동 상권은 크게 세 곳으로 구분된다.

이마트와 갤러리아백화점을 축으로 이면에 형성된 오피스상권,갤러리아백화점과 둔산여고를 잇는 도로변,대로변 이면의 먹자타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갤러리아백화점 뒤편은 오피스상권 성격이 강하다.

대로변 대형 업무시설 안에 금융기관과 개인병원들이 많이 입주한 데다 백화점과 마트 근무자만 2000여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지만 안경점,약국,편의점,제과점 등 근린 업종이 발달돼 있지 않다.

아파트 주민들의 동선과 무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근무자들은 점심,저녁 식사를 먹자타운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커피점이나 와인점이 제격이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은 "오피스 근무자들이 많아 점심 때는 커피점,저녁 때는 와인점이 유망한 지역"이라며 "갤러리아백화점 손님들 중에는 생활에 여유가 있는 중산층 여성고객이 많아 백화점 주차장 인근에 깔끔한 커피점을 차린다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향촌 현대아파트 정문에 이르는 도로변과 맞은 편 도로변은 '둔산동 상권의 자존심'이다.

점포 시세가 권리금 1억~2억원,보증금 1억~2억원,월세 250만~350만원으로 서울 건대입구역 상권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오후가 되면 아파트 단지 주부들과 둔산여고 학생들이 도로변에 쏟아져 나오는 덕분에 근린업종과 학생 대상 업종 모두 짭짤하게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다.

이준 FC창업코리아 상무는 "도로변 상권은 주부,여성 직장인,학생 등 여러 계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이면 먹자타운보다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며 "제과점,안경점,편의점,팬시점 등을 유망업종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변에서 이면골목으로 들어가면 대규모 먹자타운이 드러난다.

한때 둔산동 상권의 핵심이었던 먹자타운은 요즘 빛을 바랜 모습이다.

낮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밤에도 좌석 하나를 채우지 못한 가게가 눈에 띈다.

그래도 밤에 10대와 20대들이 골목에 떼지어 다니는 것은 힙합클럽 영향이 크다.

특히 퓨전주점을 표방하는 업소와 노래방은 '공급 과잉' 상태다.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는 "경기가 호전돼 상권 전체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매출이 뜨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므로 큰 자본을 들여 대형 점포를 여는 것보다 특색 있는 중소형 점포로 실속 있게 장사하는 전략을 도모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