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동차부품 업체인 ㈜만도는 요즘 비상이 걸렸다.

2000년 이후 7년 만에 매출액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10년간 '연례행사'로 치러왔던 파업도 없었지만 실적은 형편없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7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29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들이 지난 여름의 현대·기아차 파업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동시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두 회사의 연이은 파업으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비중이 78%에 달하는 만도는 지난 3분기(7~9월)에 3300억원의 매출과 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6.7%,영업이익은 67.3%나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0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15%가량씩 매출이 늘고 순이익도 증가했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매출과 순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당초 올 매출 및 영업이익 목표를 1조7200억원과 1700억원으로 잡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매출 1조500억원,영업이익 8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1위의 자동차용 공조기 생산업체인 한라공조도 사정은 비슷하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9.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1.6%나 급감했다.

이로써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의 3.6%에서 1.9%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67%에 달한다.

머플러와 섀시 부품을 납품하는 세종공업의 경우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가 97%를 차지,파업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사는 3분기에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9.5% 줄고,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이후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 규모(27억원)도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도어트림과 시트를 생산하는 한일이화도 영업이익(1억6000만원)이 72.4%나 감소,5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뿐만 아니라 작년 3분기 32억원의 흑자에서 올해는 29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경신공업과 희성엥겔하드 등 다른 협력사들의 3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했다.

이들 협력업체는 특히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생산라인이 지난 15일 4시간 동안 멈춰선 데 이어 이번 주에도 파업이 예정돼 있어 불안에 떨고 있다.

세종공업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것이 매출의 거의 전부나 마찬가지"라며 "3분기 파업 여파로 실적이 극도로 부진했는데 민주노총이 이번 주에 또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4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이화 관계자도 "현대·기아차 노조가 파업하면 조업이 완전 중단된다"면서 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6월26일부터 7월26일까지 한 달간 장기 파업을 벌여 10만대 생산 차질과 1조3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초래했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 7월18일 파업에 들어가 9월1일 임금·단체협상 합의안을 마련하기까지 4만8000대의 생산 차질과 7300억원의 매출 손실을 가져왔다.

이건호·유승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