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곤 < 태림섬유회장 >


골퍼들이 염원하는 최고의 기록은 무엇일까.


홀인원,알바트로스,'싱글 핸디캡' 등도 있겠지만 '에이지 슈트'(age-shoot)가 아닐까 한다.


한 라운드를 자신의 나이 이하 스코어로 마치는 것을 일컫는 에이지 슈트는 그 희소성도 희소성이지만,늘그막까지도 '건강-경제력-친구-기량'의 네 요소가 충족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진기록을 지난해 무려 여섯 번이나 기록한 골퍼가 있다.


손태곤 태림섬유회장(7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28년생인 손 회장은 지난해 5월 리베라CC에서 77타를 친 것을 시작으로 리베라CC에서만 다섯 번(77-78-74-78-78타) 에이지 슈트를 했고,10월엔 한양CC(구 코스)에서 77타를 기록했다.


평생 한 번도 하지 못하는 골퍼가 수두룩한 점에 비춰 한 해 여섯 번의 에이지 슈트를 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국내에서 에이지 슈트를 기록한 골퍼는 고인이 된 연덕춘(프로골퍼) 허정구(전 삼양통상 회장) 우제봉(전 대구CC회장)씨를 비롯 박성상(전 한은총재) 박만용(의사) 맹성호(성호건설 회장) 양병탁(삼화식품 회장) 김대순 임일택씨 등이 손에 꼽힐 정도다.


더욱 손 회장은 2000년부터 통산 10회나 에이지 슈트를 했다고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나이 들어서도 골프할 수 있는 건강과 경제력 골프기량 등이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즐겁게 골프를 쳐야 합니다.


강요에 못이겨 나와 '시간 때우기'하는 것처럼 억지로 골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지만,일단 첫 샷을 한 뒤에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대충 치자'는 마음으로는 절대 에이지 슈트가 나오지 않습니다."


손 회장의 별명은 '서독 기계'.독일제 기계처럼 그의 샷은 절대 고장나지(빗나가지) 않는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OB를 모른다"는 대답에서 그의 샷이 얼마나 정확한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요즘도 보통 80타 안팎을 치는 손 회장은 국산 클럽,그것도 여성용 클럽을 사용한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드라이버샷 거리는 200야드 정도 나간다.


대부분 세컨드샷을 우드로 하지만,그린주변에서 세 번째 샷을 붙여 파를 잡는 형태다.


그가 가장 최근에 에이지 슈트할 때의 스코어(77타) 카드를 보니 버디 2개,보기 7개였다.


나머지는 물론 파.손 회장은 "그날 퍼트 수가 27개에 불과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1년에 3퍼트를 하는 일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한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200야드인 데도 에이지 슈트를 '밥먹듯'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쇼트게임이 스코어와 직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손 회장은 "인생이나 골프나 욕심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잖냐"며 "이제 여생을 건강하고 꾸준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