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썼는데…부모님 돈 꿔서 집 사도 '세무조사' 받는 이유 [택슬리의 슬기로운 세금생활]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세무서에서 시행하는 자금출처조사를 받았습니다. 3년 전에 아파트를 취득한 게 세무조사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모씨는 당시 폭등하는 아파트 시세 때문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가족으로부터 돈을 빌려 해당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집값 폭등, 대출 규제 등으로 자녀들의 주택 취득자금이 부족해 부모님이나 형제 등으로부터 취득자금을 빌리는 형식으로 주택을 취득해 세무조사를 받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흔히 증여세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가족 간 차용증을 활용하는데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해서 모두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차용증을 작성했더라도 부인되는 경우에는 당초 신고·납부해야 했던 증여세와 더불어 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됩니다.

또한 차용증으로 인해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본인과 부모의 사업장으로 세무조사가 확대되는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 차용증의 인정 여부

세법에서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간의 차용증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간의 차용은 인정되지 않지만, 형식과 실질을 갖춘 차입임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1. 원칙

국세청은 예규 등을 통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간의 소비대차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기본통칙 45-34…1 [자금출처로 인정되는 경우]
4. 재산취득일 이전에 빌린 부채로서 영 제10조 규정의 방법에 따라 입증된 금액. 다만, 원칙적으로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간의 소비대차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재삼46014-633(1996.03.12)
[제목] 직계존비속 간 소비대차
[요약] 원칙적으로 직계 존·비속 간의 소비대차는 인정되지 않음
2. 형식과 실질

그렇다면 차용증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수반되어야 할까요.

차용증 인정 여부는 거래의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차용증을 인정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은 사회 통념상 제삼자 간의 소비대차와 유사한 형식과 실질을 갖추어야 합니다.
1. 형식과 필수내용을 갖추어 차용증 작성
2. 차용액의 상환 시기, 상환 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 기재
3. 이자율과 이자 지급 시기, 지급 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 기재
4. 차용증 내용과 동일하게 원리금 상환
차용증의 정해진 법적 형식은 없지만, 차용증 내용에는 이자율, 원금 상환일, 이자 지급일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고, 해당 내용대로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위 항목들이 충족한다고 하여 모든 차용증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세청은 이외에 채무자의 나이, 재산 상태, 상환능력, 상환 시기 등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맞는 차용증을 작성해야 합니다.

차용인의 경제적 상황, 소득내역 등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차용 금액을 설정해야 하며, 과도한 차용 금액은 금전대차 계약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공증 받거나 원리금 상환기간을 조절하는 등 금전대차 계약에 대하여 보다 입증 가능성을 높일 방법들이 있습니다.

차용증 이자에 대한 증여세 과세

차용증 이자에 대하여 세법상 적정이자율은 연 4.6%이며, 적정이자율보다 적게 받는 이자에 대해서는 차용인에 대한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합니다. 다만, 차용증의 이자율은 법정이자율인 4.6%와 실제 지급한 이자의 차액이 연간 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습니다.

즉, 이를 역산해보면 2억1700만원 정도의 금액까지는 무이자로 차용이 가능합니다.
사례) 아버지로부터 1월에 2억, 9월에 2억, 3월에 2억을 무상으로 빌린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적용합니다.

(1) 연 1천만원의 초과 여부의 기준은 총액인 6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줄 때마다 빌려준 금액을 기준으로 1천만원 초과 여부를 판단합니다.

(2) 그러나 최종 대여일로부터 소급하여 1년 이내에 기간에 대여한 자금들은 모두 합하여 증여세 과세 여부를 따집니다.
4.6%의 적정 이자액이 1천만 원보다 적은 소액에 대한 차용은 무이자로 하더라도 이자소득에 대한 증여세 이슈가 발생하지 않지만, 금전대차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거래들과의 유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법정이자율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자를 주고받는 것이 좋습니다.

사후관리

자금출처조사 중에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혐의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나 직계존비속도 조사대상자로 선정해 조사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은행이나 가족 등에게서 빌린 채무로 자금출처를 입증할 경우에는 우선 소명을 완료하더라도 이후 해당 채무에 대해서 사후 관리합니다.

입증자료로 제시한 채무의 상환기간이 지나면 사후관리를 통하여 실제로 자금이 상환되었는지, 그리고 그 상환된 자금의 원천이 어디서 나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소명요청 및 자금출처조사 대비

실제로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시 차용증을 기재하거나, 차용증으로 기재하지 않더라도 주택 취득 자금으로 차용한 돈을 활용한다면 지자체 소명 요청 및 세무서 자금출처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세무조사가 진행되더라도 모든 차용증이 부인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 대상 기간과 전후 기간에 발생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관련 판례와 법적 논리로 대응한다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자금출처조사를 대비하여 증빙자료 제출을 위해 차용 및 원리금 상환은 계좌이체를 활용하고, 적요란에 이체 내용을 기재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 간 차용을 활용하고 싶다면, 차용증을 작성하는 시점부터 세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용증 작성 이전 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한다면 일반적인 차용뿐만 아니라 미성년자가 부모에게 돈을 빌려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정당한 차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세금고민 있을 땐, 택슬리 | 이상웅 세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