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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정부는 2018년 12월에 발표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 이어 2020년에는 도심의 고밀도개발을 담은 8.4대책을 통해 주택공급의 확대방침으로 적극 돌아섰습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의 인구집중도 심화와 국가균등발전과의 상충 등을 우려하지만 그간의 정책방향이 달라졌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입니다.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공급부족을 공급으로 풀겠다는 시도기에 긍정적입니다.

그렇지만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은 여전히 논외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참여정부로부터 계승된 정책기조이기에 쉽사리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최근 수년간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대안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이지만 공공의 이익환수라는 개념을 수반하기에 단기에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공공재건축을 택하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식의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부여될 가능성도 낮습니다. 공공재개발의 장점이라는 빠른 사업추진은 극히 추상적입니다. 새로 짓기만 하면 사실상 완판이 예정된 지금의 부동산시장에서 이들이 채택될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이처럼 재개발과 재건축이 배제된 채로 도심의 고밀도개발이 진행된다면, 그 결과물은 1~2동짜리 주상복합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들이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가 세대별 주거공간만이 아닌 여러 부대시설과 편의시설, 인근의 환경변화 등이라는 점에서는 수요와 동떨어진 주택형태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난개발의 양상이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는 도시경쟁력의 하나인 조화로운 도시경관의 형성과도 상충됩니다. 최근에 제시된 준공업지역과 역세권의 용적률 상향을 통한 주택공급이 일률적으로 순항하지 못한다면 그럴 것입니다.

가령 준공업지역은 외지인의 시각에서 개발이 필요한 노후지역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클러스터가 이미 형성된 지역에서는 막상 개별 소유주의 동의를 얻는 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본인들의 토지와 건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인센티브의 반대급부로 공공임대물량을 제공하는 식의 조건을 기꺼이 수용할 소유주가 얼마나 될지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타 필지와의 공동개발 또는 용적률을 높여 주택을 짓더라도 공공이 참여한다면 기존의 단독소유주가 지분소유자로 바뀌는 점은 비선호요인입니다. 만약 사업과정에서 강제력이 동원된다면 정부주도의 젠트리피케이션 양상으로 발전합니다.

큰 공장을 이전하고 수천 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산업쇠퇴로 매물이 된 부지가 아닌 생산활동을 영위중인 공장이라면 사안이 달라집니다. 신규 이전지의 확보와 인·허가절차 등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부지의 미래가치가 확연히 높다면 사업주의 동의를 얻기 어렵습니다. 서울이라면 다수의 부지를 확보하는 것부터 불가능합니다.

이런 사안들을 패스트트랙(fast track)같은 제도만으로는 보완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빠른 사업승인과 추진이 전제가 된다면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허가과정의 불법이 논란이 된 초고층 건물이나 용적률 완화기준이 중복적용되며 특혜논란이 된 주상복합건물 등이 최근의 예시입니다.

물론 재개발과 재건축을 전면적으로 허용하자는 일부 건설업계의 무모한 주장을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시장수요에 부합하는 대량의 주택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점만은 직시할 필요가 있죠. 때문에 기반시설의 구축과 도시경쟁력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지 않고, 집이 부족하면 높은 건물을 지어서 많이 공급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합니다. 도시의 구성요소가 눈에 보이는 주택과 상업시설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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