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느껴지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웃는다. 사람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참 좋다 라고 입에서 절로 나온다. 자신의 일생에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한결같은 사람일 것이다. 즉 자신의 형편이 어떠하든 한 결 같이 다가오고 대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추사 김정희(1786-1856) 평전을 읽었다. 추사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런 사람이야기의 사연이 있는 그림이 있다. 세한도이다. 김정희는 일생 제주도와 북청으로 유배를 두 번 갔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를 갔을 때 그린 그림이다. 그림은 창문하나 그려진 조그만 집하나, 앙상한 고목의 가지에 듬성듬성 잎이 매달린 소나무 하나, 그리고 나무 몇 그루를 그렸다. 눈이 내린 흔적은 없지만 보기만 해도 한기가 느낄 정도이다. 국보180호로 지정되었다.
김정희의 제주도 유배는 위리안치이다. 이는 유배지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울타리(탱자나무)를 치고 그 안에 가두는 중형이다. 누가 찾아오지 않는 한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는 외롭고 힘든 생활인 것이다. 그런 시절 제자 중 하나인 우선 이상적(1803-1865)은 김정희를 찾아 오기도 하고 구하기 힘든 중국 고서 『만학집』과 『대운산방문고』를 한 해에 보내주더니, 이듬해에는 하우경의 『황조경세문편』을 보내 주었는데, 이 책은 총 120권,79책이나 되는 방대한 책이다. 이상적은 역관으로 당시 청나라 연경(북경)을 여러 차례 갔었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이상적에게 고맙다고 그려준 그림이다. 세한이란, 추운 겨울이란 뜻이다. 세한도에는 추사 김정희 발문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세상의 풍조는 오직 권세와 이권만을 좇는데, -중략- 권세가 있거나 이권이 생기는 사람에게 보내지 않고 바다 밖의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보내면서도 마치 다른 사람들이 권세나 이권을 좇는 것처럼 하였다. 태사공은 ‘권세나 이권 때문에 어울리게 된 사람들은 권세나 이권이 떨어지면 만나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 그대 역시 세상의 이런 풍조 속의 한 사람인데 초연히 권세나 이권의 테두리를 벗어나 권세나 이권으로 나를 대하지 않았단 말인가? 태사공의 말이 틀린 것인가? 공자께서는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시사찰 시들지 않는다.-중략-지금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은 이전이라고 해서 더 잘하지도 않았고, 이후라고 해서 더 못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게 없었지만 이후의 그대는 성인의 칭찬을 받을 만하지 않겠는가?”(박철상 『세한도』인용) .
원문은 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는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이다. 대게 사람들은 유배를 가기 전 추사를 잘 대해주거나 가까이 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배를 가니 상황이 달라졌다. 소식을 끊거나 소홀히 여겼다. 그러나 우선 이상적만은 달랐다. 유배중인데도 이전과 변한 게 없다. 구하기 힘든 책을 구해 주었고, 청나라 소식을 전해 주었다. 추사는 여기서 깨달았다. 공자가 왜 겨울에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이 늦게 시든다고 말했는지 말이다.
추사 김정희에게 우선 이상적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오늘 우리를 한번 돌아본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한결 같은 사람인가? 내가 대하고 관계 하고 있는 사람과, 형편이 어떠하든지 한결 같은가? 때로는 그렇지 못한 모습이 많다. 상황과 환경 따라 춤추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 같다.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를 감상하며, 나의 삶을 돌아본다.
벌목이 엄격하게 제한된 무등산 국립공원에서 무단으로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벌어졌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 북구는 지난 12일 화암동 화암마을과 주변 도로를 잇는 작은 농로 주변에 있던 나무를 벌목했다. 이는 나무가 고사하거나 기울어져 비·바람에 넘어질 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알려졌다.이 마을은 허가 없이는 벌목이 불가능한 무등산 국립공원 내에 있어 북구는 나무 12그루를 특정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벌목 허가를 받았다. 현행법상 국립공원에서 무단 벌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그러나 구청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한 민간 업체는 현장에서 만난 일부 주민이 “재해 위험이 있는 나무가 또 있다”며 추가 벌목을 요구하자 허가받지 않은 나무까지 베어냈다. 해당 업체는 추가로 베어낸 나무가 6그루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30그루 이상 불법 벌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마을 주민들은 무단 벌목에 분통을 터트렸다. 고사한 나무를 제거해달라는 일부 마을 주민 요청으로 이뤄졌으나 벌목 허가를 받지 않은 멀쩡한 나무들까지 잘려 나가 사업 발주처인 광주 북구청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주민 A씨는 연합뉴스에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100년 넘은 나무까지 잘라버렸고 재해 위험이 없어 보이는 멀쩡한 나무까지 베어졌다”고 했다. 다른 주민 B씨는 "나무가 사라지면 사유지 접근성이 좋아지는 일부가 개인적 이익 때문에 민원을 제기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북구는 무단 벌목 범위와 잘려 나간 나무의
내년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 원서를 낸 의대생들이 전체의 10%를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생들의 집단 보이콧이 현실화해 내년 신규 의사 배출이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전날(26일) 오후 6시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364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000여명에 전년도 시험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을 더한 3200여명이 응시 대상 인원이었다. 이 가운데 11.4%가량만 지원한 것이다. 특히 의대생 중에서는 전체의 5%에 불과한 159명만 원서를 냈다.이는 예견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1일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의대생들이 수업 거부에 이어 국시마저도 외면함에 따라 내년에 배출될 의사가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3000명가량의 의사가 배출되던 예년과 달리 신규 의사 공급이 뚝 끊길 것이라는 우려다.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계획을 밝힌 지난 2월부터 이미 증원이 확정된 지금까지도 증원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의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 차량 운전자의 신발에서 결정적인 흔적이 발견됐다.27일 경찰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 당시 운전자 차모 씨의 신발을 감식한 결과, 액셀 페달 흔적이 뚜렷하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신발 밑창에 가속기 페달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던 것과는 달리, 브레이크 페달 자국은 없었다.국과수의 분석에 따르면 아무리 세게 밟는다고 해도, 신발 밑창에 쉽게 자국이 남지는 않는다.하지만 액셀을 세게 밟은 상태에서 사고 등 강한 충격이 순간적으로 가해졌을 때 마찰이 생겨 흔적이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충돌 직전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앞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또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100km 이상 올라간 사실도 확인했다.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경찰은 사고 원인을 운전자 과실로 보고 있다.반면 차 씨는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범죄 중대성을 고려해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