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밥같이 먹을 수 있는 사이!
<프롤로그>
누군가를 떠올리면 결코 같이 마주 앉기조차 싫어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먼저 손을 내밀면 그 사람도 덥석 손을 잡아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외로워도 먼저 손 내미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영화<그린북(Green book), 2018: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수상>에서 결코 쉽게 친해질 수 없는 두 사람이 8주간의 동행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끈끈한 우정을 키우게 된다. 오늘 매일 같이 밥 먹는 편한 사람 말고 어색했던 그 사람에게 먼저 밥 먹자고 한번 제의해보면 어떨까?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밥같이 먹을 수 있는 사이!
<영화 줄거리 요약>
1962년 뉴욕, ‘떠버리 토니’라 불리던 이탈리아계인 토니 발레 롱가(비고 모텐슨 분)는 나이트클럽의 질서를 지키는 주먹 꾼 해결사로 월세를 걱정하며 대가족을 부양한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매우 화목하다. 그러다 갑자기 클럽이 2개월 휴업하자 경제적 어려움으로 단기 일자리를 찾게 되고 다행히 자메이카계인 피아니스트 셜리 박사(마허 샬레 알리 분: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의 남부 지역 연주회 투어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일하게 된다. 지식과 교양에 자산까지 갖춘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 박사와 허풍과 주먹만으로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토니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다. 1960년대 미국은 아직 공공연한 인종차별과 함께 유색인종들은 대부분 빈곤층이었기에, 그들의 고용 관계는 당시로써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밥같이 먹을 수 있는 사이!
<관전 포인트>
A. 그린북(Green Book) 이란?
미국 남부 지역은 피부색에 따라 출입이 결정되는 숙박시설이 많았기에 토니는 셜리 박사의 숙박을 위해 수시로 그린북을 보며 운전을 해야 했다.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만들어낸 상징적인 책이다. 흑인은 백인들이 이용하는 호텔, 실내 화장실, 식당, 양복점을 사용할 수 없는 슬픈 역사가 담겨있다.  흑인 인종차별 주제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1967>, <헬프, 2011>, <히든 피겨스, 2016> 등 이 있다.

B. 부자인 셜리 박사가 굳이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지역 투어를 결정한 이유는?
피아니스트이며 심리학 박사이기도 한 셜리는 인종차별의 벽을 깨고 싶어 남부 투어를 결정한다. “천재성만으로는 변화가 부족하거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가는 곳마다 엄청난 모욕을 당하면서도 투어를 강행한다. 투어 중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싸움이 벌어져 구치소에 갇힌 그들은 결국 셜리가 친분이 있던 케네디 주지사의 도움으로 풀려나고 난 뒤 불평하는 토니에게 “난 평생 그런 푸대접을 받았는데 당신은 하룻밤도 못 참아? 돈 많은 백인이 피아노 치라고 돈을 주지, 문화인 기분 좀 내보려고,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 사람들한텐 나도 그냥 깜둥이일 뿐이야, 그게 그들의 진짜 문화니까, 그런데 하소연할 곳도 없어. 내 사람들도 날 거부하거든, 자신들과 다르다면서!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으면 난 대체 뭐지?”라며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밤마다 커티삭 위스키를 마시며 외로움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왔던 셜리는 결국 울분을 터뜨린다.

C. 토니가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게 되는 계기는?
처음에는 돈 많은 흑인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것이 탐탁찮았던 토니였지만, 그가 처음에 도착한 피처 버거에서 셜리의 감동적 연주를 듣고 매료되게 된다. 또한, 토니가 집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을 격조 있게 리뷰해 주는 셜리를 통해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일과만 담던 편지에 “당신을 처음 만난 날 사랑에 빠졌고 오늘도 당신을 사랑해. 남은 생 동안도 당신을 사랑할 거야”라는 편지를 받은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게 된다.

D. 토니와 셜리의 투어 일정 중 생겼던 사건은?
첫 방문 지인 펜실베이니아 피처 버거를 거쳐 두 번째 방문지인 @인디애나주 하노버에 도착한 토니는 미리 연주회 장소에 들러 점검 때 셜리 박사가 주문한 슈타인웨이 피아노 대신에 쓰레기가 가득 들어 있는 낡은 피아노가 있는 것을 보고 관리자에게 교체를 요구한다. 이에 그는 “검둥이 주제에 아무거나 주는 대로 치면 되지”라고 비하를 하고 화가 난 토니는 그를 주먹으로 응징하고 슈타인웨이 피아노로 바꾼다. @세 번째 방문지인 켄터키주 루이즈 빌 방문 시 싸구려 모텔에서 잠시 나와 인근 바에서 외로움을 달래려던 셜리 박사는 백인 불량배들에게 몰매를 당하게 된다. 이에 토니는 달려와 등 뒤에 권총을 숨긴 것처럼 행세하며 셜리를 구해내게 된다. 다음날 공연을 마친 후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셜리 박사에게 지배인이 야외의 임시 화장실을 쓰라고 하자 그는 거부하고 30분 걸리는 숙소에 가서 용변을 보게 된다. @네 번째 연주장소인 테네시주 멤피스로 가는 도중에 자동차의 고장으로 잠시 길에 서게 된다. 농장에 일하는 흑인 인부들이 양복을 빼입은 흑인을 모시는 백인 운전기사를 이상하고 어색한 눈초리로 보게 된다. 연주하기 전 호텔에서 지배인이 식당 사용을 금지하자 그들은 연주를 취소하고 인근의 허름한 유색인종이 가는 식당을 방문하여 식사를 즐긴다. 그 후 셜리는 즉흥적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며 격식을 벗어던지고 진심으로 공연을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쁜 연주를 하게 된다.

E. 셜리가 토니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는?
비록 무식하고 폭력적인 토니지만 그는 부인과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다. 또한,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친구처럼 구해주고 돌봐줄 때 우정을 느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만난 토니의 친구들이 흑인 밑에서 일하지 말고 새 일자리를 주겠다고 해도, 토니는 과감히 거절하고 셜리를 계속 돕게 되면서 셜리의 큰 신뢰를 얻게 된다. 남부 투어 연주회를 마치고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는 몸살이 난 토니를 대신해 자신이 직접 폭설 속을 운전해 데려다준다. 이에 토니는 혼자 성탄을 보내게 될 셜리를 초대하고, 방문한 예방객 셜리에게 토니의 부인은 포옹으로 환영하며 남편의 편지를 도와준 것에 감사해하기도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밥같이 먹을 수 있는 사이!
<에필로그>
남부 투어 연주회를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가던 중 토니는 몸살에 뒷좌석에 눕게 된다. 이에 셜리 박사가 폭설 속을 직접 운전하여 토니의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에 데려다주는 장면에서 이미 그들은 사회적 통념으로 규정지어진 인종, 성별, 계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훌륭한 인격체로 다시 태어난 것을 보여준다. 최근 스몰 웨딩을 통해 결혼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 어떤 사람은 자신들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섭섭해하기도 하는데, 사람이든 일이든 선입관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고 좋은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오늘 용기를 내서 그런 사회적 불필요한 관념을 뛰어넘어 자유와 행복감을 느껴보자.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